[서울연극인대상] 알리바이연대기

알리바이 연대기

 

작/연출: 김재엽
공연일시: 2013/09/03 ~ 2013/09/15
공연장소: 소극장 판

 

***전문평가단 총평

 

꽤 수준 있는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연조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기대 부응 실패는 여타 소극장 공연에 비해 박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주변부 인물의 삶을 통해 역사의 중앙을 관통하는 서사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주변부 인물(여기서는 ‘아버지’)은 역사를 배경화할 정도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가. 둘째, 주변부 인물(아버지)을 등장시킨 논리가 타당한가.

첫째 요구에 대해: 「포레스트 검프」나 「전명출 평전」은 인물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아버지(의 삶)는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다. 아버지가 출연하지 않는 장면들이 훨씬 더 재미있는 것을 보라.

둘째 요구는 “아버지가 반드시 서사의 주인공이어야 하는가?”로 바꿀 수 있다. 작가의 아버지 삶에 대한 애착을 제외하면 굳이 아버지가 서사의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작가가 아버지의 전기에 몰입하는 지점에서 드라마는 재미가 없어진다. 드라마적 논리에 위배되는 아버지의 전기적 사실들을 과감히 내칠 수 있어야 한다. 아버지의 삶이 드라마와 결별하는 순간, 작가가 극성을 배반하는 순간, 이곳이 극장인지 사랑방인지 의문이 생겼다. 가정사라는 주관의 영역이 드라마라는 객관의 영역으로 호출될 때, 작가는 얼음보다 차가워야 하고, 칼보다 과감해야 한다.

– 백승무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죽느냐’가 ‘사느냐, 죽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나를 둘러싼 국가의 역사가 강물처럼 흘러갈 때, 국가에 속한, 아니 우주에 속해있는 나라는 개인의 역사 또한 흘러간다고 하는 작, 연출의 메시지는 정확하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 해답 또한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공연입니다. 추후의 앵콜 공연을 기대합니다.

작, 연출가의 개인 연극적인 삶을 자신이 속해있는 가족과 국가의 역사와 함께 연관되어지는 삶의 드라마는 너무나 재미있고 감동이 있고 철학적으로 잘 빚어낸 작품입니다.

거기에 연극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영상과 더불어 몇 곡 안 되는 노래들이 너무나 극에 필수요소로 작용합니다. 삶에 강물처럼 흘러가는 아련한 일본노래와 엔딩 때도 흘러나오는 김정호의 ‘하얀나비’는 정말 눈물을 쏟아내면서 범 우주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인터미션 전에 흘러나오는 브릿지의 ‘그때 그사람’은 적절한 타이밍과 함께 관객들에게 전편의 격동적인 드라마와 휴식을 주었습니다. 연출님의 극의 템포와 센스가 느껴졌습니다.

“거짓을 덮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든다. 진실 없는 권력은 언제나 독재다”라는 대사가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삼성과 해태의 야구, 평화댐, 서태지, 등등….

우리 근 현대사에 깨알 같은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넘나들면서 끝까지 몰고 가는 힘이 정말 진실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드라마고, 연극이고 역사라는 사실을 쉽게 깨닫게 해줍니다.

엔딩의 하얀나비와 아버지의 자전거, 아버지를 따라 무대 사면을 돌고 있는 재엽의 모습은 훌륭한 마무리 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모두 훌륭하고 진실되었습니다.

– 서미영

 

 

***시민평가단 총평

 

김재엽(작.연출)의 새로운 작품. 프로그램에 작년에 ‘아들’이 태어났다고 하는데 아마 그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쓸 때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었다. 부모님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들 중 하나가 ‘너도 자식을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될게다’라는 말.

일제 시대부터 현대에 오기까지 참 많은 일들을 알려주어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왔는데, 모르는 일이 왜 그렇게 많은지 부끄러웠다.

우리 부모님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어서 의미가 더 깊었다.

= 류주현

 

연출가의 개인적인 과거, 경험을 통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었다.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 또한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그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재엽’이라는 인물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자신의 내적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무대 또한 아주 활용을 잘하였다. 관객석 뒤편까지 무대를 사용하여 새로웠고 양쪽의 무대 또한 작은 차이를 이용하여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계속해서 변화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영상 또한 극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결론적으로 이 연극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그 시대를 표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연극이었다. 관객들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켜 관객들 또한 자신의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 이었다. 무대, 음향, 조명 또한 전체적으로 너무나 조화를 잘 이루어 극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버지의 병실 부분은 너무 느슨하게 풀어져 관객들의 집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을 관객들이 집중하기 위해서는 후반부가 좀 더 섬세하게 표현 되어야 할 것 같다.

–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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