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논평] 청년 연극인을 위한 새로운 구상

서울연극협회 3월 논평

 

청년 연극인을 위한 새로운 구상을 제안하며

 

연극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지금 우리들의 연극은 무엇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연극을 만들어가는 창작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세상의 모습을 담아, 연극의 안 밖으로, 연극을 통해 새롭게 사유하며 창작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한다. 연극이 시대적 가치로서 올곧게 사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수용되고 충돌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들의 연극 활동은 과거 동인제 방식의 극단 형태로 연구하고 연습하고 발표하는 과정으로 관객들, 시민들과의 만남이었다면, 이제 극단에서의 활동뿐 아니라, 연극 만들기의 주체들이 연구, 연습, 훈련, 창작하는 과정에서 학교, 아카데미 등 도제가 아닌 제도로부터 배출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또한 현장에서 작품을 제작, 창작, 발표하는 형식이 다양화하면서, 때로는 한 극단의 미적 실험의 형태가 극장(특히 공공(국립/시립/재단 등)극장, 대기업 산하 민간극장), 축제 등의 제작 방식이나 계약직 형식의 오디션 시스템, 그리고 제작자와 창작자의 관계 등에 따라 미학적 실험이나 목소리로서의 연극을 지속적고 안정적으로 펼쳐나가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창작, 제작 환경에의 변화 속에도 놓여 있지만, 많은 연극 관련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재를 찾는 사람은 많고, 인재는 찾기 어려우며, 좋은 인재들은 공연의 기회를 찾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젊은 연극인들이 있다. 우리 시대가 88만원 세대, 잉여세대 등으로 말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잉여로부터도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꿈꾸며, 연극판에서 생물학적 나이로의 갈음 보다는 연극으로 시대를 사유하는, ‘청년들’이 여기에 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연극학과, 연극영화학과들이 대학에서 개설되면서, 대학이라는 제도에서 교육을 받고 배출되는 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몇 천명의 ‘청년들’ 그리고 정규 교육 없이 대학로에서 활동을 전개하는 ‘청년들’ 말이다. 그들이 연극을 함께 만들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 혹은 정책적 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지속되어 왔다. 주로 ‘진입장벽’ 때문에 벌어지는 기회의 평등을 해소하고  ‘인적 자원’의 관점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신진예술가지원 프로그램(현재 AYAF)으로부터 시작하여,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프로그램(과거 Nart로 통칭)과 각 지역자치단체재단들의 신진예술가지원프로그램, 그리고 기업에서는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두산아트센터에서의 아트랩프로그램 그리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서울변방연극제 등의 축제에서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작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극인들은 창작에 목마르고, 배가 고프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창작 현장을 풍부하게 하고 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원천으로서 신진공연예술가들의 창작 동기 부여 그리고 실질적으로 연극을 하나의 업으로 지속적으로 활동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는 ‘개인적 창의성(Personal Creativity)’ 증진과 ‘제도적 창의성(Institutional Creativity)’에 대한 균형적 정책 마련과 생활 환경에 대한 다양한 창작 경로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즉 사업이나 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자생력과 창의성‘의 증진을 위한 ’사람‘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제도로서 매뉴얼화 하고 규격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형‘의 가치들이 극대화 하는 방식의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몇 일전 서울연극협회 청년회와의 간담회에서 우리들은 몇 가지 실마리들을 발견한다. 날 것의 발언이 가진 힘을 믿으며, 다소 길지만,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환경의 개선을 위해 청년 연극인을 위한 정책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 예술가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함에 있어 정책 방향에 따른 실질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수요를 반영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실질적으로 청년 연극인을 대상으로 하는 1:1 연구를 실시해달라.

 

두 번째, 청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정책 방향성 설정에 있어 ‘육성’ 차원의 프로그램 설계와 ‘작품 개발’ 차원의 프로그램 설계의 정책적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세부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세 번째, 청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에 있어 정책적 효과를 달성 및 양질의 작품 개발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이 때, 언제나 새로운 흐름이 누락되기 때문에, 2년 단위의 사업의 경우, 사업의 수혜자는 매년 선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네 번째, 지속 가능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서는 직접 지원 방식 뿐만 아니라 간접 지원 방식으로서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유럽식 모형과 같은 예술가 복지 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영국식 모형과 같이 실제 시장에서 경력 개발이 가능한 시장 활성화 모형의 적용을 통한 프로그램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은 창작활동에 필요한 재원조성, 공간(미술관, 공연장, 연습실, 스튜디오, 레지던시 등), 저작권 및 관련 법률, 홍보, 마케팅에 관한 국내·외 관련 정보 뿐만 아니라, 창작 단계-유통 단계-소비 단계의 각 층위 중에서도 창작 단계에서 필요한 각종 정보가 다양하게 필요로 하게 되므로, 맞춤형 정보 제공과 컨설팅이 필요하며, 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상시적인 교육 혹은 열린 정보제공이 가능토록 상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고, 정보기관과 단체들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가장 중요한 개선 방안으로서, 창작-유통단계에서의 활성화를 위해, 각 매개자로서 유통 기관들의 협력적 파트너쉽 구성을 통한 공동제작, 공동 투어링 등의 협력적 파트너쉽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신진공연예술가의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성을 위한 창작단계에서 소비단계에 이르는 각 구성 요소들 간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민과 관의 그리고 행정과 창작과의 미적 독립으로서의 긴장관계와 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적 협력을 통해 가능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연대로서 청년 허브, 서울시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등과 연극계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연대와 창작 활동 기반 마련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채널과 정보 공유를 통해 청년들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지원해달라.

 

2014년 2월 27일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첨부 자료 _ 서울연극협회 <마당에 서다> 간담회 축약]

 

“요즘의 환경은 대학에서 연극 교육도 받고 도제화된 현실이다. 현실은 너무 취약하다. 창작 작업만 하는 것이 예술이고하는 정책도 문제이다. 연극환경개선, 최소한의 공연을 할 수 있는 지원제도, 편하게 연극할 수 있는 환경 등이 부족하다. 또한 대학교에서의 연극 교육 제도는 어떠한가? 현실과 맞는 교육 제도인가? 기성세대의 시스템, 환경, 제도 문제인 것 같다.”

 

“지금은 폐쇄적이고 고립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이에게 오픈 되어 있는 합동 오디션을 만들고 싶다. 서울연극협회 200여 명의 청년회가 있다. 이러한 모든 이가 모여서 합동으로 오디션을 하면 어떨까? 국립극단 오디션 체제도 문제가 있었다. 제작 피디들이 있는데 그들의 영향력이 크다. 이미 검증된 배우를 쓰게 되어 있다. 소극장 출연 배우 기피현상과 더불어 서류에서 탈락한다. 이미 서류에서 장벽이 높다. 배우들도 두 종류이다. 대학로에서 가난하게 사는 배우와 높은 개런티를 받고 하는 배우. 그래서 합동 오디션을 생각했다”

 

“정책에 대한 개념이 무지하다는 것을 느꼈다. 졸업 후 열정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경력을 중요시 하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면 정단체에 들면서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는데 재정적 문제로 와해가 된다. 신입들을 위한 사업이 중요하다.”

 

“제가 체감하는 것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 많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진다는 점이다. 협회에서 차세대 인큐베이팅 사업이 있었는데 현재는 없다.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가져갔다. 그런데 문제는 협회에서는 작가 인큐베이팅도 함께 만들어져서 공연을 하고 희곡집을 발간하는 형태였다. 최대 12명 이상의 연출가, 작가 들이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현재는 아르코에서는 전 장르에 한해서 하다 보니 연극 분야에서는 최대 4명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더군다나 2013년의 경우 4명이 모두 작가였다. 차세대 인큐베이팅 사업이 기관으로 이전되면서 오히려 연극 분야는 혜택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미학적으로 볼만한 작품이었는지, 협회라는 틀 안에서 하다 보니 새로운 시각이 있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프로그램의 마련과 함께 다양한 시선을 제공할 판이 중요하다”

 

“지원 제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방법론적으로 방식은 같지만 나이 제한만 다를 뿐. 그렇다면 그 방식을 신세대에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 방식이 좀더 바뀐다면 청년들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청년의 나이의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이 없다.”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지만 신진이나 청년들에게는 공간을 지원해 주는 것은 어떨지…공간과 같이 간접지원도 필요함. 학교와 현장이 연계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저는 젊은연극제를 왜 계속하는지 모르겠다. 성격이 모호한 것 같다. 브릿지가 연출가와의 연계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것으로 힘을 모으는 것도 방안일 듯하다”

 

“옛날에는 돈 없이도 같이 하자 했을 때 하는 분위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기도 힘들다. 청년들이 모여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생계 유지를 연극에서 찾고 싶다.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함.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과 정책적인 것 모두 중요하다. 자생 능력 배양이 중요하고, 그러한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

 

“실제적인 청년은 누구인가? 먹고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다. 과연 30대 배우들이 미래를 볼 수 있는가? 우리 극단은 어중간한 입장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렇다. 답은 없다. 항상. 공연을 할 때마다 배우가 없다. 출연료를 주지 못하니까… 나도 돈을 못 받고 했다. 관객도 없고… 이게 현실이다. 우리 극단은 배우들이 다 20대 초반이다. 6개월을 못 버티고 나간다. 제가 나름 찾은 해결방안은 청년회라 생각한다.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까… 미학의 기준은 무엇인가? 예술이라는 것이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돈이 없으면 없는데로 올려지는 것이다. 지금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 자리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

 

“저는 비전공자로서 문제점을 느끼는데 연출가, 배우, 스텝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브릿지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 비전공자 비율은 어떠한가? / 비전공자는 대략 1/3, 1/4 정도 된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는 멘토링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멘토링이 사라진 것이 아쉽다”

 

“지원금과 극장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한계는 행정적인 인력 부족으로 말로만 끝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획이나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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