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12월 공연총평

 

 

12월에는 한해를 마무리하며 각 극단의 열과 성을 다한 공연이 한국연극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1,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드림컴퍼니 후르츠커뮤니케이션의 제롬 빅스비 원작, 배삼식 각색, 최용훈 연출의 <맨 프롬 어스>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주)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드림컴퍼니&(주)후르츠커뮤니케이션의 제롬 빅스비(Jerome Bixby) 원작, 배삼식 각색, 최용훈 연출의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를 관람했다.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 는 2007 년에 제작된 독립 영화다. 제롬 빅스비(Jerome Bixby 1923년~1998년) 가 1960년대 초부터 쓰기 시작해서 1998년 사망 직전에 완성한 시나리오를, 리차드 셴크만(Richard Schenkman) 이 메가폰을 잡고, 주인공역으로 데이빗 리 스미스(David Lee Smith), 존 빌링슬리(John Billingsley), 엘렌 크로포드 (Ellen Crawford)가 주요배역으로 출연했다.

무대는 존 올드맨의 집 거실이다. 정면에 벽에 음식물 조리대가 있고, 그 오른편에 벽난로가 있어, 불이 피워져 있다. 왼쪽으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계단 중앙에 난간과 공간이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연기공간으로 사용된다. 이층에는 작은 방이 있고, 침대가 놓여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는 이 집 현관과 복도가 있고, 반대쪽은 창고로 들어가는 문으로 설정이 된다. 무대에는 긴 안락의자와 작은 의자들이 놓이고, 벽난로 앞에도 사각의 조형물이 앉을 수 있도록 가로 놓여있다. 벽 가까이 낮은 장식장이 있고, 그 위에 축음기와 기념품이 잔뜩 놓여 있다. 무대왼쪽 바닥에는 이사 짐을 담은 상자가 놓여있다. 그 옆에는 반 고흐의 나무그림 캔버스가 놓여있다. 후반에는 작은 의자들을 이사 짐 옮기는 사람이 들고 나간다. 조명의 명암으로 장면전환에 대응한다.

내용은, 뛰어나고 장래 유망한 교수였던 존 올드맨이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을 꾸려서 떠나는 날, 동료 교수들은 송별회를 위해 그의 집으로 모인다. 증발하듯 훌쩍 떠나려는 그를 애석해하며, 의문을 표하는 동료들에게, 존은 주저하면서도 믿겨지지 않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사실 자신은 죽지 않고 14,000년 동안의 지구의 시간을 살아왔노라고.

누가 대뜸 ‘난 불사신이야!’하는 상대를 단번에 믿어주겠는가? 그렇기에 ‘만약 그런 불멸의 존재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며 존 올드맨은 그 인물이 바로 자기라는 암시를 한다.
물론, 있을 수 없을 일이기에, 동료들은 농담으로 듣다가, 점점 그의 이야기에 마술에 걸린 듯 빠져들기 시작한다.

존 올드맨은 원시시대로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비범한 인물들과 만난 경험담과, 급변하는 시대들을 겪어오며, 그간에 쌓아온 지식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풀어낸다. 동료들은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만, 그의 말이 사실처럼 들리기에, 한 사람 한 사람 자신들이 궁금했던 점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던진다.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정통한 교수들이 ‘14,000년간의 지식을 축적한 사람’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그럴듯한 대답을 하는 토론의 장면은 관객 모두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배워오고 쌓아왔던 지식과 비교해 보며 부지불식간에 그를 의심하면서도, ‘설마 진짜가 아닌가…?’하는 동료들의 마음에, 존 올드맨의 감정이이입이 되어가며, 동료교수들이 점차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게 연극의 내용이다.

만약 정말로 지금까지 무한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교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맞춰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에게, 시간의 의미,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믿는 것은 개개인의 의사이고 자유다. 신이 존재하는가? 라는 주제도 이미 보편적 인간의 인지범위를 넘어선 존재에 대한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간단히 증명될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판단은 모두의 몫으로 남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특별한 상황을 가정해봄으로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모든 것을 깊은 사유와 함께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독특하고 탁월한 발상의 연극이라 하겠다.

이 연극에서 깊이 있는 지식까지는 다루지 않지만, 철학적인 사고와 종교적인 성찰, 그리고 인류학적 고찰과 생물학적 생성소멸의 법칙이 1만 4000년을 생존해 온 한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기존의 상식을 뒤 엎는 결과와 부딪힌다. 거기에 기독교와 예수에 대한 기존의 종교관까지 포함된. 존 올드맨은 5000년 전의 부처의 세계를 소개하고, 2000여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의 자신의 행적을 이야기함으로, 그가 예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동료교수들이 하게 된다. 기독교 신앙이 깊은 한 미술사교수는 깊은 회의와 절망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권총을 겨누며 진실을 밝히라는 선배교수의 말에 모두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존 올드맨의 말에, 모두 환각 속에서 깨어난 듯 훌훌 털어버리고 헤어지지만, 대단원에서 다시 그를 찾은 선배교수가 존 올드맨을 사랑하는 젊은 여교수와의 대화에서 그가 한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듣게 되고, 50여 년 전 어린 시절의 선배교수의 모친과 강아지 이름을 존 올드맨이 밝히고, 아버지의 모습까지 이야기하는 존 올드맨의 자상한 이야기에, 선배교수는 올드맨이 자신의 부친이었음을 알고 충격을 받고 기절해 쓰러진다. 암전상태에서 긴급 구호차의 경적 음 소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보통 외계인과의 조우를 다루는 SF 영화의 다수가 외계인을 일종의 ‘그 외계 문명의 지식이 축적된 지식인’으로 그리는데, 반하여 이 연극에서는 주인공을 통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온, 지구의 역사가 축적된 기이한 방문자를 대면하게 되는 독특한 창의력과 창조적 발상의 연극이다.

문종원, 박해수, 여현수, 김재건, 최용민,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 정규수, 한성식, 조경숙, 이영숙, 이주연, 박지나, 강하나, 정구림, 오근욱, 백철민, 전민정, 이관욱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도입부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로듀서 이원종, 제작PD 허동훈, 무대디자인 하성옥, 조명디자인 나한수, 음악디자인 이형주, 의상디자인 최 원, 소품디자인 임규양, 분장디자인 최은주, 헤어 박수진, 무대감독 최영길, 조연출 임지민 그 외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주)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드림컴처퍼니&(주) 후르츠커뮤니케이션 제작, 제롬 빅스비(Jerome Bixby) 원작, 배삼식 각색, 최용훈 연출의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를 명작이자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안드레이 서반 각색·연출의 <다른 춘향>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안드레이 서반 각색 연출의 <다른 춘향>을 관람했다.

안드레이 서반 (Andrei Serban 1943~)은 루마니아 출신, 미국인 연출가로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예술대학원 연기 교수다.

안드레이 서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혁신적 연출가”로 불리며, 대담하고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연출로 명성이 높은 연극 오페라 연출가로 파리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43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한 서반은 1961년부터1968년까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의 피터 브룩 극단에서 수학한 그가 어린 나이에 학생 신분으로 연출한 연극 <줄리어스 시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가부키 양식을 빌린 연출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여러 연극제에서 1등상을 휩쓸었으며, 1969년 미국 전위 공연예술의 전초지인 라마마 극단(La MaMa E.T.C.) 엘렌 스튜어트(Ellen Stewart) 대표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했다. 이후 파리, 영국, 일본 등 세계무대에서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아가멤논> <벚꽃 동산> <트로이의 여인들> 등이 대표작이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루마니아 국립극장에서 총 연출가를 역임했고, 미국 예일대학교, 하버드대학교,프랑스의 파리 컨서버토리 등에서 강의했다. 1992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연극과 교수이자 오스카해머스타인 연극학 센터에서 연출가로 재직 중이다.
Obie Award Toby Award (for Best Revival) The Elliot Norton Award (for Sustained Excellence) The George Abbott Award 등을 수상했다.

연출작은 1997 서울연극제 <트로이의 여인들> 루마니아 <Sarah Kane’s Cleansed>파리 The Opéa Bastille<Lucia di Lammermoor> 뉴욕 La Ma Ma <Medea> 영국 Royal Opera, 1984년 <Turandot>1986년 <Fidelio> 1990년 <Prince Igor> 1992년 <I puritani>미국 American Repertory Theater<Lysistrata> <The Merchant of Venice>, <The Taming of the Shrew> <The King Stag><Sganarelle> <Three Sisters> <The Juniper Tree> <The Miser> <Twelfth Night’> 등 다수다.

무대는 중앙에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들어 마치 산수화 같은 영상과 눈비가 내리는 계절의 변화도 영상으로 처리한다, 객석 맨 앞에서 촬영된 출연자들의 모습이 곧바로 스크린에 투사된다. 무대 좌우에 원래 극장에서 사용하는 철제 회전계단을 들여다 고정시켜, 출연자들이 오르고 내리도록 하고, 무대전면에 백사장을 만들고, 그 뒤로 무대를 가로 지르는 저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워놓았다. 무대 중앙에 한자높이와 세자 폭, 그리고 열 두자 길이의 단을 세로로 놓고, 천정에서 원통형태의 철제용기를 늘어뜨려 춘향의 독방 감옥으로 설정을 했다. 출연자들을 무대 좌우 뿐 아니라, 객석 뒤에서 등장을 시키는가 하면, 배경 막 가까이 1m 높이의 대를 무대 좌우로 연결시켜 연기공간을 만들고, 그 뒤로 뛰어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출연자들이 뛰어내려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현대의상을 입고 출연을 하고, 창극이지만 크리스마스 캐럴과 생일 축하 노래를 영어로 부르기도 한다.

내용은 원작을 따랐으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설정을 해, 과거시험을 사법시험으로, 남원부사를 지역 행정관으로, 칼과 창을 든 병사가 아니라, 장총을 든 정복차람의 군인으로 여성이 그 역할을 한다. 방자를 여성으로 등장시키고, 이몽룡의 부친은 음성녹음으로 처리했다.

기생점고 장면은 현대판 미녀선발대회 같은 연출로 흥미를 끌고, 무대 오른쪽 연주석에 앉은 연주자들의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감옥에 수감된 동안 춘향은 백발이 된 것으로 설정을 하고, 변학도 생일에 처형을 당하기 위해 끌려나올 때에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다.

도입에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장면은 춘향이 그네를 타듯 무대를 오가는 동작으로 연출 되고, 두 사람의 사랑장면은 즉석 촬영된 영상으로 처리된다. 광한루는 철제 회전계단 위로 설정되고. 남원부사 생일잔치는 백색정장에 실크해트 차림의 지방관들이 등장하고, 암행어서 출도장면은 기생들과 경비병들이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뛰어다니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종반부에서 검사 앞에 등장하는 춘향은 목발을 짚은 모습이고, 몽룡이 자신이 검사임을 알리려고, 춘향으로부터 받은 반지를, 방자를 통해 춘향에게 보이면, 춘향은 몽룡이 진즉 알려주지 않았음을 야속해 하며 그 반지를 물속으로 던져버린다.

대단원에서 백발의 춘향을 끌어안는 몽룡, 그리고 기쁨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월매와 방자의 모습, 그리고 남원서민들의 환호 속에서 막이 서서히 내린다.

민은경 정은혜 이소연이 춘향, 이광복 김준수가 몽룡, 김금미 박애리가 월매, 김학용 최용석이 변학도, 유수정과 조유아가 방자로 출연해 호연과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차경, 이영태, 이연주, 허종열, 최호성, 안미선, 정미정, 김형철, 윤석안, 우지용, 이광원, 남해웅, 나윤영, 김유경, 강태관, 송나영, 왕윤정, 류가양, 임권비, 이세진 등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2시간이 넘는 공연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선하, 박희정, 이성도, 최영훈, 조용수, 이원왕, 이동훈, 김태영, 등 연주자의 기량 또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인도를 한다.

안무 안은미, 영상디자인 신성환, 작창 소리지도 우수정, 윤색 안재승, 음악감독 이태백, 음향디자인 김호성, 분장디자인 강대영, 조연출 구지선, 연출통역 진수경, 의상조감독 차세련, 기술조감독 채우병, 디자이너 통역 이보현, 저안무 남현우, 김기범, 이이슬, 영상오퍼 김동우 당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앙카 루페스(Anka Lupes) 무대 의상디자이너 , 다니엘라 디마(Daniela Dima) 드라마투르크 협력연출, 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 각색 연출 조명 컨셉 디자인의 <다른 춘향>을 걸작창극이자 연출력이 감지되는 명작공연으로 창출시켰다.

3, 명동예술극장의 찰스 디킨스 원작, 김은성 각색, 최용훈 연출의 <위대한 유산>

명동예술극장에서 찰스 디킨스 원작, 김은성 각색, 최용훈 연출의 <위대한 유산>을 관람했다.

찰스 존 허펌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년- 1870년)는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영국 소설가이다.

화가 시모어의 만화를 위해 쓰기 시작한 희곡 소설 《픽위크 클럽》을 분책(分冊)으로 출판하여 일약 유명해졌다. 그는 특히 가난한 사람에 대한 깊은 동정을 보이고, 사회의 악습에 반격을 가하면서, 사회에 대한 실제의 일들의 묘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완성했다. 후기 소설에는 초기의 넘치는 풍자는 약해졌으나, 구성의 치밀함과 사회 비평의 심화는 주목할 만하다. 그의 작품으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등을 비롯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의 이야기》 등이 있다.

찰스는 중학 과정의 학교를 2년 정도 다니다가 15세때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을 했으며 다음해 1828년 법원의 속기사를 거쳐서 신문사 속기 기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여러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게 되는데, 1834년 《아침 신문》의 의회 담당 기자가 되어 처음으로 ‘보즈’라는 필명으로 런던의 삶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고, 1835년 조지 호가스가 편집인인 《저녁 신문》에 〈런던의 풍경〉 등 여러 글을 기고했다. 디킨스는 조지 호가스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딸인 캐서린과 결혼하게 되었고, 처제인 메리를 데리고 첼시에 정착하는데, 메리가 1837년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순수했던 메리에 대한 그리움은 나중에 《골동품 가게 이야기》(1840∼1841)에서 어린 넬로 재현된다.

소설의 인기로 많은 돈을 벌게 된 디킨스는 가정적으로는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결국 거듭된 과로로 인해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을 완성하지 못하고, 1870년 58세의 나이로 개즈 힐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후 디킨스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시인들의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 받는 자들의 동정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중 하나를 잃었다.(He was a sympathiser to the poor, the suffering, and the oppressed; and by his death, one of England’s greatest writers is lost to the world.)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을 몇 든다면,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 《올리버 트위스트》, 《니콜라스 니클비》,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있다. 그의 사후에 출판된 책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의 대상이 아닌, 본받음의 대상으로 따르려고 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픽윅 보고서》(1836)《올리버 트위스트》(1837-1839)《니콜라스 니클비》(1838-1839)《골동품 가게 이야기》(1840-1841)《Barnaby Rudge》(1841)《크리스마스 캐럴》(1843)《Martin Chuzzlewit》(1843-1844)《Dombey and Son》 (1846-1848)《데이비드 코퍼필드》(1849-1850)《A Child’s History of England》(1851-1853)《황폐한 집》(1852-1853)《어려운 시절》(1854)《Little Dorrit》(1855-1857)《두 도시 이야기》(1859)《위대한 유산》(1860-1861)《Our Mutual Friend》(1864-1865)《에드윈 드루드의 비밀》(1870) 등이 있다.

영화로는 1946년에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흑백영화 <위대한 유산>이 기억에 남는다. 존 밀스 (핍 역), 발레리 홉슨 (에스텔라 역), 토니 웨이저 (어린 핍 역), 진 시몬즈 (어린 에스텔라 역) 가 출연한 명화다.
1998년에는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하고 단 호크 (핀 (피네건 벨) 역), 기네스 팰트로 (에스텔라 역), 행크 아자리아 (월터 플랜 역), 크리스 쿠퍼 (조 삼촌 역)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출연한 <위대한 유산>도 감동적인 명화로 기억된다.
2013년에는 영국에서 제작한 그라함 맥라겐이 감독하고, 잭 엘리스, 크리스토퍼 엘리슨, 테일러 제이 데비스가 출연한 <위대한 유산>이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무대는 거대한 저택의 거실이다. 배경전체를 우아하고 고풍스런 주택의 내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정면에 1.5m 높이의 단이 무대좌우로 놓이고, 중앙과 단 양쪽에 계단을 놓아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오른쪽 계단은 난간이 달린 경사진 복도처럼 되어있어, 남녀 2인이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오르고 내리도록 만들었다. 계단과 층계마다 억새풀로 장식을 하고, 조그만 등을 군데군데 켜놓고, 낮은 장식장과 탁자를 여기저기 배치해 오래된 건물임을 나타냈다. 단위 정면 중앙부분에 등받이가 긴 장식의자가 놓여 건물주인 노부인의 전용의자로 사용된다. 런던 사교계로 장면이 바뀔 때에는 천정에서 주렴형태의 넓은 폭의 장식물이 댄스음악에 맞춰 내려오고, 성장을 한 남녀 출연자들이 춤을 춘다. 계단 아래 중앙무대에도 억새풀로 화단을 만들고, 낮은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카드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어린시절 핍의 매부의 대장간은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만들어 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어린 시절의 주인공 Pip과 성장한 Pip이 동시에 출연해, 역시 소녀시절의 Estella와 성장한Estella에게 춤을 배우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물론 무용선생인 남성에게 춤을 배우는 장면도 함께 펼쳐진다.

Pip은 부모가 없는 고아로, 성격이 매우 포악한 누이와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매형인 대장장이 Joe에 의해 길러진다. Joe는 Pip에게 순수한 사랑을 베풀고, 소년 Pip은 그런 그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한편 Pip은 양자로 입양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부유한 여인 Havisham의 저택에 출입을 하게 되고, Havisham의 아름다운 양녀 Estella와 만나게 된다. Pip은 Estella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Estella는 마치 여왕처럼 Pip에게 군림하고, Pip은 그녀에게 자신의 더러운 몸과 신분 등에 대해서 무시를 당하며 지내야만 했다. Pip은 이때 자신이 얼마나 비천한 신분인지를 자각하고, 그 수모와 수치감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Pip은 ‘신사’가 되기를 갈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Pip은 탈옥수 Magwitch를 만나게 되고 그의 협박에 줄칼과 먹을 것을 훔쳐다 준다. 탈옥수Magwitch는 쇠고랑을 줄칼로 끊고 도망치게 되고, Pip은 그에게 피리를 쥐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Pip에게 큰 행운이 찾아온다. 변혹사인 Jaggers가 찾아와 익명의 누군가가 Pip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서 그가 신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신사교육을 받으러 London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Pip은 London으로 떠난다.

London에 온 Pip은 갑자기 생긴 돈으로 인해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속물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Pip은 어리석은 신사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헛되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Pip보다 먼저 런던으로 와 사교계의 여왕처럼 군림하고 잇는 있는 Estella를 만나 그녀와 춤을 추고 즐기며 세월을 보낸다. Estella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를 따르는 남자가 즐비하다 .Estella 는 그중에서도 사교계에서 닳고 달은 신사 Drummle과 가까이 지낸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Pip은 질투와 슬픔의 날들을 보낸다.

또한 어느 날 찾아온 한 부랑자를 통해 바로 자신의 후원자의 진실을 알게 된다. 후원자는 바로 자신이 줄칼로 쇠고랑을 끊을 수 있도록 해 준 바로 그 탈옥수 Magwitch다. 그는 자신을 모함하여 유배시킨 신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그동안 유배지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돈을 벌어 Pip에게 신사교육을 시키고, 그로인해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자신을 도와주던 은인이 천하고 거친 모습의 탈옥수임이 밝혀지자 Pip의 ‘거대한 유산자’ 로서의 꿈은 사라지고 깊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Magwitch는 탈옥수이므로 끝내 사형을 선고 받게 되어 있다. 그와 헤어지면서 Pip은 그에게서 애정 깊은 은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럼으로써 Pip은 그에게 진실로 귀중했던 것, 그를 진실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며 본래의 순수성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Magwitch가 죽은 후, 전 재산이 국가에 몰수당하고 Pip이 물려받기로 되었던 유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Pip은 결국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매형과 누나에게 찾아간다.

매형Joe와 누나는 Pip을 잠자코 반긴다. 그리고 그를 보듬켜 안는다. Pip은 매형에게서 위대하고 진실 된 참인간을 보게 된다.

대단원에서 Pip은 노부인 Havisham의 저택을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서 역시 Drummle과 헤어져 노부인에게로 돌아온 Estella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Estella에게 노부인은 역정을 내 듯 Pip에게 다가가도록 권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 껴안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사랑이야 말로 <위대한 유산>임을 알리듯.

김석훈, 오광록, 길해연, 조희봉, 문수아, 양영조, 정승길, 이혜원, 이화룡, 김현웅, 양동탁, 변민자, 최성호, 박유진, 강혜선, 유 은, 손진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하성옥, 조명디자인 나한수, 의상디자인 강기정, 소품디자인 임규양, 분장디자인 백지영, 음악감독 이형주, 안무 김정열, 음향디자인 최환석, 조연출 김수희 그 외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높이 드러나,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찰스 디킨스 원작, 김은성 각색, 최용훈 연출의 <위대한 유산>을, 명작이 연출가를 만드는지, 연출가가 명작을 만드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드는, 한 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의 탄생이었다.

4, 국립극단과 극단 백수광부의 동이향 작·연출의 <엘렉트라 파티>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재)국립극단&극단 백수광부 공동제작, 동이향 작·연출의 <엘렉트라 파티>를 관람했다.

동이향은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약하다가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입선했고, 2008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 연극부문에 선정된 작가 겸 연출가다.

<어느날 문득, 네 개의 문, 2009년> <당신의 잠, 2010년> <내가 장롱메롱 문을 열었을 때, 2011년>을 쓰고 연출하고, <버그는 존재하지 않는 주스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숲을 이룬다> <기차길옆 오막살> <해님지고 달님안고> 등을 집필 공연했고, 2009년에는 최명희 작 <오해>를 연출한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류 작가 겸 연출가다.

<엘렉트라>의 이야기는 고대 미술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나온다. 아이스킬로스는 극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다.

<엘렉트라>는 훗날 서구 극작가들의 많은 작품들, 예를 들면 볼테르의 〈오레스트 Oreste〉,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Iphigenie auf Tauris〉,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Mourning Becomes Electra〉, 장 폴 사르트르의 〈파리떼 Les Mouches〉 등에 나타나며, 음악에서는 글루크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Iphigénie en Tauride〉,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 Elektra〉같이 오페라로도 작곡되었다. 그 중에서도 장 폴 싸르트르가 <엘렉트라>를 다룬 희곡 <파리떼>는 이들 작품 중 백미(白眉)로 기억된다. 필자가 50년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연출을 하기도 했지만, 사르트르의 공식적인 첫 희곡작품인 <파리떼 Les Mouches>는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르트르가 점령 상태에 있던 파리에서 능동적인 저항 운동이 여의치 않자, 대신 선택한 일종의 예술적 저항 작품이다. 비록 그 당시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후에 논란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작품 자체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사르트르는 고대 그리스의 오레스테스 신화를 각색한 이 작품을 통해서, 나치 독일 점령하의 파리를 부당하게 권력을 갈취한 왕이 다스리는 아르고스에 비유하며, 부역자와 점령자가 공모하여 요구하는 집단적 패배주의의 분위기에 맞서 대항하고자 했다. 주변의 증언에 의하면 사르트르는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직후인 1941년 여름 그리스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을 관람하고서 「파리떼」를 쓰기로 결심했으며, 당시 <존재와 무>를 한창 집필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약 6개월 만인 1943년에 작품을 완성하였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의 무대는 여러 개의 의자가 여기저기 나둥그러지고, 변기가 의자처럼 놓여 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양탄자를 대각선 방향으로 여러 개를 깔아놓기는 했지만, 주변에 잔뜩 벼려진 휴지나 종이로 쓰레기장을 연상시킨다. 무대 좌우의 낮은 탁자 위에 어항이 놓이고, 붉은 원형의 공 형태의 조형물이 양쪽 어항 안, 물속에 잠겨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낡은 안락의자가 놓이고, 가면과 장신구를 나무 봉에 꽂아 방석 틈에 끼워 세워두었고, 후반부에는 객석 정면의 1.5m 높이로 무대좌우로 가로놓인 단과 그 전체를 가렸던 휘장을 걷으면, 배경전체가 금속성 거울로 된 표면이 들어나 장관을 이룬다. 손바닥 만 한 극장에서 출연자들이 핀 마이크를 사용하고, 후반부에는 수십 개의 마이크를 무대에 배치해 출연자마다 노래와 대사를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백색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하다가 연극의 진행에 따라 문양과 색상이 들어간 의상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대단원에서 출연자 대부분이 다시 백색 의상으로 바꿔 입는다.

죽은 아가멤논의 기일에 축하연처럼 잔치를 벌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고, <엘렉트라>를 건물 청소원으로 출연시키고, 오레스테스는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왕비를 남성으로, 정부를 여성출연자로 바꿔 설정을 하고, 출연자들은 추념식이 아닌 잔치에 참가한 인물들처럼 자유롭고 율동적으로 연출된다. 죽은 왕 아가멤논은 마치 곡마단의 광대처럼 코끝에 붉은 원형의 조형물을 달고 출연한다. 왕비와 정부와 제3의 인물이 함께 벌이는 정사장면은 농도가 제법 짙게 연출되고, 왕비와 정부를 살해한 검과 손을 어항 속에 넣고 닦으면, 어항의 물이 핏빛으로 바뀌는 장면은 객석을 섬뜩한 분위기로 바꾼다. 시종일관 낡고 어두운 색상의 옷을 걸치고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듯 연기하던 <엘렉트라>가 대단원에서 예쁜 무늬의 옷차림으로 마이크을 붙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인상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모든 출연자들이 억압상태에서 해방이 된듯 무용하듯 약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현영, 유성진, 박윤정, 송명기, 이태형, 최원정, 김경회, 조재원, 김효중, 민해심, 박하영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엘렉트라>역의 박윤정의 성격창출과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트루기 손원정, 무대미술 박상봉, 움직임연출 이소영, 조명 최보윤, 의상 강정화, 분장·소품 장경숙, 사운드디자인 윤민철, 조연출 김은선·양윤희 등 제작진의 열정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과 극단 백수광부(대표 이성열) 공동제작, 동이향 작·연출의 <엘렉트라 파티>를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 극단 산수유의 이승원 작, 류주연 연출의 <괴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산수유의 이승원 작, 류주연 연출의 <괴물>을 관람했다.

이승원은 영화 <모순> <잉여인간> <해피 버스데이> <굿모닝 S>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하고, 뮤지컬 <트루시니스> 연극 <모럴 패밀리>를 쓰고 연출한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 겸 감독 겸 연출가다.

<괴물>은 <해피 버스데이>라는 시나리오를 영화로 제작하기에 앞서 연극으로 만들었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정면의 방에는 침대와 환자의 발이 보이는데, 극의 내용으로는 이 집의 2층으로 장남이 장애인이라, 늘 누워 지내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방 앞으로 거실이 있어, 무대 왼쪽에 평상처럼 생긴 직사각의 조형물이 정사각의 조형물과 나란히 가로 놓여있다. 무대 오른쪽에는 탁자 형태의 조형물이 있어 조리대 역할을 한다. 방과 거실 사이에는 가리개 같은 벽이 만들어져 있고, 집의 왼쪽은 외부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집의 오른쪽은 2층 방으로 올라가는 통로로 설정이 된다. 장면전환 때마다 평상형태의 조형물과 정사각의 조형물을 이동시켜, 음식점이나, 뒷골목, 그리고 가족이 함께 타고 가는 승합차로 사용된다.

연극에서 엄격하게 생긴 어머니가 장남의 생일에 맞춰 가족을 모이도록 한다. 장남은 항상 침대에 누워있어 모습대신 발만 보이고, 차남은 신형 전기청소기를 납품하는데, 200만원 상당액의 외상을 지고 있는 점포 여사장에게 외상대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니, 여사장은 돈 대신 몸으로 지불하겠다며 차남을 내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물론 이 장면에서 차남은 모친의 가족모임소식을 휴대전화로 듣는다. 3남은 훤칠한 모습이지만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트림소리를 내는데, 모친의 가족집합소식을 역시 휴대전화로 듣고, 마침 함께 있던 접대부같이 야한차림을 한 여성과 동행을 해 집으로 온다.

집에는 차남의 처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시아주버니 생일 준비를 한다. 이 집에는 트랜스젠더인 4남과 고등학생인 5남이 있고, 고등학생 바로 위에 누이가 한 명 있는데, 누이는 말 한마디 않고 항상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게임에만 열을 올린다.

모인 가족들에게 모친은 장남의 생일을 맞아, 살아 있어도 고통만의 연속인 장남에게 차라리 독약을 먹여 생을 마감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고, 삼촌이 만든 서류에 가족 전원에게 서명을 하도록 설득한다. 삼촌은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가신이 엄동설한에 신발을 가슴에 품었다가 대령하는 모습을 예로 들며, 장남의 죽음결정을 가족의 따뜻한 마음의 배려라는 엉뚱한 말로 모두 서명을 하도록 이끈다. 극중에서 차남의 처가 삼남과 인연을 맺었던 과거사가 들춰지고, 트랜스젠더인 4남이 남성의 사랑을 구하지만, 전화를 받고 나간 상대가 자신처럼 남성의 사랑을 구하는 인물이라, 실망을 안고 귀가하는 이야기, 그리고 막내인 5남이 선배인 불량배와 만나고, 그 불량배가 여고생을 성폭행하려 할 때 마침 형인 3남이 나타나 그 불량배를 흠씬 두들겨 패는 장면, 마을의 교회 장로가 등장해 설교를 하는 장면, 그리고 막내인 누이가 집단성폭행을 당했던 옛일 때문에 말을 잊고 사는 내역이 펼쳐진다.

결국 장남의 생일날 식사에 독약을 타서 먹인 후, 가족이 한명씩 장남 방에 들어가 10분간 함께 있다가 나오기로 하고, 모두 차례로 장남 방으로 들어가지만, 3남이 데리고 온 여인이 거부를 하고, 3남에게 모진욕설을 퍼붓고 폭행까지 하면서 밖으로 뛰어나가는 일이 생기니, 잠시 소요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여인도 종당에는 3남과 함께 가족과 합류한다.

대단원에서 죽은 장남의 시신을 싣고, 묘역으로 출발하려 할 때 등장한 교회 장로의 마지막 기도소리를 끝으로, 가족전원이 승합차에 몸을 싣고, 함께 출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박명신, 선종남, 장성익, 김용준, 이현경, 위희순, 신용진, 박지훈, 현은영, 김애진, 박시유, 김지한, 박인환, 이지혜, 강선영, 임정묵, 홍현택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하고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시키고, 2시간 동안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장면의 연속인 듯싶은 느낌으로 연극을 이끌어간다.

연기연출 김선영, 무대 구은혜, 조명 박성희, 조명보 최보미 김민재 최주원 김은지, 음향 이준혁, 의상 현은영, 그래픽 김 솔, 사진 김원일 김진중, 기획 김애진, 홍보 김지한 이지혜, 종연출 현은영 반인환, 음향보 김은정, 표담당 이득찬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잘 드러나, 극단 산수유의 이승원 작, 류주연 연출의 <괴물>을 한 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 극단 사개탐사의 쓰치다 히데오 작, 이시카와 쥬리 역, 박혜선 연출의 <억울한 여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사개탐사의 쓰치다 히데오 작, 이시카와 쥬리 역, 박혜선 연출의 <억울한 여자>을 관람했다.

츠지다 히데오(土田英生)는 1967년 3월 26일 생 아이치현 출생.
1989~現 극단 MONO 대표/극작가•연출가•배우, 2006~現 일본 극작가 협회 이사, 1985 리츠메이칸대학 입학과 동시에 연극 시작. 1989년 「B급 프랙티스」(현, MONO) 결성. 1990년 이후 전작품의 작,연출을 담당.

<억울한 여자<, <첫사랑>, <오이 꽃>, <그 철탑에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아무일도 없는 겨울>, <엔슈의 장의사>, <거짓말과 크로와상>, <치카마츠 가십>, <보이즈 타임>, <무너진 돌담>, <오르는 연어들>, <춘희>, <종나무 종잇조각>, <남반구의 소용돌이>, <제비가있는 역>, <비단잉어>, <다리를 건너면 눈물이 나> 외 다수.
1999년 제6회OMS희곡상대상, 2000년 신예상, 오사카부 무대예술장려상, 쿄토시 예술신인상, 2001년 제56회 예술제상 우수상, 2003년 쿄토부 문화상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커피숍이다. 정면 두 개의 창과 그 오른쪽에 출입문이 있다. 무대 좌우 벽면에 장식장이 부착되어 있고, 상수 쪽 장식장은 약간 크고 칸 수도 많다, 상수 쪽 장식장 옆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하수 쪽 장식장 옆으로도 내실로 들어나간 통로가 있다. 상수 쪽에는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다. 정면 벽 앞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그 앞으로 무대 좌우와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정면의 창으로 커피숍 밖에서 들어오는 길로 설정된다.
연극전개에 따라 축하합니다라고 쓴 영어 현수막을 정면 창 앞에 가로 걸어놓기도 한다.

연극의 내용은 화학약품제조공장이 들어선 지방의 소도시다. 화학약품 때문인지, 그 지역에는 매미가 늦은 가을까지 나타나고, 떠는 매미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 카페는 중년의 남성이 주인이고, 여종업원이 한 명 있다. 카페 손님으로는 대학원엘 들어간 남학생, 그림이야기책을 만드는 작가와 그의 새 결혼상대 여인, 작가의 동창생인 두 중년남성과 할 일없이 지내는 두 명의 결혼한 여인, 여인들 중 한명은 나이가 들어 보이고, 또 한명은 젊어 보인다.
이야기는 그림책작가가 재혼상대로 새 여인과 카페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새 여인은 미모에다가 젊어 보이지만 서너 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처음이라 그런지, 몸에 밴 습관인지는 모르지만, 결혼할 두 사람이 말끝마다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카페 주인은 고개를 자주 흔들며 숙이는 장난감 인형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와 미모의 여인의 결혼은 카페에서 작가의 남자동창 2인과 동네 부녀 2인, 그리고 카페 주인과 여종업원의 축하 속에 단출하게 축하연이 벌어진다.
모르고 카페로 들어온 대학원생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남자동창들은 축하연에 참석한 두 유부녀와 가까워지는 낌새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안 그렇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면서….

장면이 바뀌면 신혼 일주일이 된 작가 내외가 카페에 앉아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시작된다. 여인은 떠는 매미를 찾아내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까지 토를 달고, 말에 꼬리를 붙이기 시작한다. 남편 된 사람으로서 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본심을 숨기거나 본심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에도, 왜 그러느냐며, 왜 본심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느냐며 부인은 따지려고 든다.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작가는 피곤함을 느낀다. 자신의 말에 피곤함을 느끼는 남편을 부인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는 표정이 된다.

일반적으로 부모나 아내나 자식이 걱정할까 해서, 자신의 몸이 몹시 아픈 경우에도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 연극에서는 부인이 그런 것조차도 거짓이라고 죄악시 여기는 형국이기에, 관객들 중에는 부인에게 답답한 심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인 여인은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안 하고, 의심나는 것은 꼭 밝혀내고야마는 천성을 갖고 성장했기에, 거짓된 말과 행동과는 거리가 먼 여인이라, 실은 지극히 고귀하고 깨끗한 성품을 지녔음을 작가는 강조하려고 했다고 해석이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부인을 이해하기보다는 피곤하고, 못 견딜 여인으로 몰아붙이고, 부인과 결별하도록 귀결을 지어, 작품의 제목처럼<억울한 여자>를 탄생시킨 것이리라.

대단원에서 부인이 떠는 매미를 발견해 모든 사람에게 실재임을 확인시키고,
작가의 두 동창생은 동네 부녀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미모의 부인은 대학원생과 사랑의 싻을 피우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지하, 박윤희, 류태호, 이선주, 김문식, 신문성, 이소희, 이지영, 염승철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 하성옥, 조명 황종량, 음악 김철환, 의상 강태희, 분장 정지호, 조연출 윤혜진, 조명오퍼 이정재, 무대진행 이요한,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기획·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제작진의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사개탐사의 쓰치다 히데오 작, 이시카와 쥬리 번역, 박혜선 연출의 <억울한 여자>를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 국립극단의 이윤택 작 연출 <혜경궁 홍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이윤택 작·연출의 <혜경궁 홍씨>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혜경궁 홍씨가 집필한 <한중록(閑中錄)>을 토대로 창작한 작품이다.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는 영풍 부원군(永豊府院君) 홍봉한(洪鳳漢)의 딸로 10세에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빈으로 책봉되고, 영조 38년 사도세자가 죽은 뒤에 혜빈(惠嬪)의 칭호를 받았다. 후에 그의 아들 정조(正祖)가 즉위하면서 혜경궁(惠慶宮)으로 칭하고, 1799년 사도세자는 장조(莊祖)로, 혜경궁은 경의왕후(敬懿王后)로 추존되었다. 순조 15년에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한중록>은 남편 사도 세자의 참살 사건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자신의 한 많은 생애를 사소설체(私小說體)로 적은 것이다. 작가가 회갑 때 조카의 종용을 받아 1795년(정조 19)에 순 한글로 초(草)를 잡고 1805년(순조 5)에 보태어 쓴 것이다.

지은이의 집필 동기에 따르면 이 글은 단순히 자기 고백적인 회상록이 아니라, 그 사건의 내막을 폭로하고 규명하려는 해명서이며 증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참변을 여인의 넋두리로 늘어놓지 않고 일일이 분석하고 해부한 탁월한 안식(眼識)이다. 흔히 이 글을 그 제목만으로 판단하여 억울하고 처절한 자신의 원통한 감정을 피력한 주정적인 글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매우 냉철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읽혀진 이유도 바로 이러한 특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지은이인 혜경궁 홍씨는 매우 끔찍하고 통분할 일을 쓰는데 있어서도 자기 감정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며 우아하고 세련된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기구한 자신의 인생을 절절히 묘사한 이 작품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작품의 흐름이 되는 사도 세자와 작자 자신의 운명은 사실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 같고, 그 내용 또한 입체적이어서 소설에 비견할 만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소설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은 박진감 있는 사건 전개 방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중의 음모와 파란만장한 사건들은 읽는 이로 하여 흥미를 더하게 한다. 또한 인물묘사에 있어서 영조와 사도세자 즉 부자지간의 성격적 특징의 부각을 매우 적나라하고 섬세하게 표현하여 사건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이질적인 성격 갈등의 표출을 예리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4대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를 골간으로 하여 임오 화변과 자신의 친정을 둘러싼 시파와의 당파싸움까지 그 내력을 소상히 기술함으로써 정계야화로서도 중시되고 있다.

(재)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 <혜경궁 홍씨>의 무대는 궁궐 깊숙이 자리한 동궁의 처소지만, 평생을 홀로 보낸 세자빈 혜경궁 홍씨의 처소이기도 하다, 세자(3尺) 높이로 주 무대를 높여 만들고, 한 칸짜리 방을 만들어 격자무늬 창호지를 바른 여닫이문과 방안에는 낮은 상에 음식을 담은 쟁반이 보인다. 천정에서 넓은 폭의 긴 천을 늘어뜨려 휘장 막처럼 홍씨의 처소를 가렸다가 극이 한중록의 내용대로 시작되면서 그 휘장 막은 제거된다. 휘장이 들추어지면 처소의 전경이 드러나고, 극 전개에 따라 출연자들이 동궁처소를 회전시켜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처소 좌우에 통로가 있어 왕과 신하 궁녀와 환관, 홍 씨 자매 그리고 원귀 등 모든 출연자들의 등퇴장 로가 된다. 무대 전면은 동궁처소의 뜨락, 그리고 수원화성의 현륭원이 보이는 지점으로 사용된다. 옷 칠을 한 뒤주가 대도구로 등장하고, 하수 쪽의 우물도 깊이가 꽤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백발의 혜경궁 홍 씨를 정조가 인도해 화성 현륭원 부근 산봉우리를 바라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회갑연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면 모후인 홍 씨가 침소에 들면서 가려움을 호소하고, 내인들이 한밤에 쇠똥을 구해다가 홍씨 등에 바르고 문지르는 장면에서 극은 50여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인물이 훤칠한 세자, 그러나 부왕인 영조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부왕의 면전에서 물러나면, 무예를 익혀 사냥을 나서고, 동궁 빈 이외의 여인과 관계를 맺는 등 세자로서의 도리를 벗어난 행동을 한다.

세자빈의 부친 홍봉한은 딸에게 궁중의 변화에 냉철하게 대하고 내심의 표현을 삼갈 것을 당부한다. 점차 영조의 신뢰가 세자로부터 떠나가고, 급기야 배다른 사촌누이와 통정을 하는 것을 안 부왕은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도록 만든다.

영조 이후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해 정조로 호칭된다. 왕위에 오른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 씨를 극진히 모신다. 화성에 아버지의 묘소를 마련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회갑연을 화성행궁에서 치른다.

그러나 척신들의 싸움과 외명부 내명부 척족 여인들의 암투가 정조 시대까지 이어지고, 통한의 혜경궁 홍 씨의 눈앞에 남편인 사도세자의 망령과 아버지 홍봉한의 망령이 자주 등장하고, 영조에 의해 처형된 환관들의 망령은 무대 하수 쪽 깊은 우물 속으로 몸을 빠뜨리기도 하고, 솟아오르기도 한다.

​뒤주 속에서 죽어간 남편인 세자의 망령, 또 뒤주를 지고 들어오는 아버지 홍봉한의 망령, 그리고 남편과 통정을 한 궁중여인들의 망령이 홍씨 주위에서 늘 상 배회한다. 홍 씨는 견디기 힘든 망령의 환상과 참기 어려운 가려움증의 연속에서 백발의 모습이 된다. 그리고 20여 년 전, 역적의 여식이라 하여 궁궐에서 쫓겨난 친누이동생이, 궁궐출입금지임을 알면서도, 험산을 넘어 언니인 홍 씨를 찾아와 남루한 몰골로 회갑인사를 한다. 혜경궁 홍씨의 반가운 마음이야 오죽하랴? 그러나 영조가 이 사실을 알고 노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찾는다. 그러나 어머님의 거리낌 없는 행동과 인륜을 행한 도리에 감복해 영조는 이모뻘인 부인에게 절을 한다. 남루한 여인도 맞절을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그려진다.

​종반에 모든 원귀와 망령들이 혜경궁 앞에 등장해 한판의 춤을 벌이다가 모두 우물 속으로 사라지면, 혜경궁도 그 뒤를 따라 우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혜경궁은 극적으로 구조되고, 처소로 옮겨진다.

​대단원은 처소에서 <한중록>을 집필하는 모후 홍 씨의 기품 있는 모습과 가지런한 달필로 가득 찬 화선지를 내인들이 길게 펼쳐들고 읽는 장면, 그리고 영상으로 그 내용이 정면 벽에 가지런한 글자로 투사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윤여성, 김소희, 정태화, 박현숙, 황석정, 이상홍, 이기돈, 이동준, 백석광, 김시헌, 김하영, 이세인, 이형훈, 이승헌, 이동영, 양예지, 강해진, 주재희, 신명은, 김세영, 김연지, 김현정, 한 림, 정준규, 고유동, 김윤진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조화를 이루어 2시간이 넘은 공연을 관객을 몰입시킴은 물론 무아의 경지와 고도의 예술감상의 세계로 몰아간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의상 이윤정, 작곡 이재하 김시율, 안무 김남진, 분장 이지원, 음악감독 김시율, 신체훈련 이승헌, 무대감독 구민철, 조연출 이동준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윤택 작·연출의 <혜경궁 홍씨>를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 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 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강태경 역, 한현주 윤색, 펠릭스 알렉사 연출의 <리차드 2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강태경 번역, 한현주 윤색,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 연출의 <리차드 2세>를 관람했다.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 1967~)는 국립 부카레스크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93년부터 국립 부카레스크 대학의 연극영화과에서 연출부 교수로 재임중이다. 1992~1993년에는 피터부룩의 조연출로 일하면서 클라우드 드뷔시의 <펠라스의 표현>이라는 작품을, 파리에서 유진오닐의 <의자들>이란 작품을, 세계적인 국립대학(서울, 베이징, 시드니, 상해, 뉴델리, 싱가포르)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루마니아의 국립극장인 부카레스크 극장의 상임연출가로 루마니아의 젋은 연출가들 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출가이기도 한 알렉스는 현재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의 주요 연출 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베로나의 두 신사> <리처드 2세>, 고골리의 <검찰관> <광인일기, 체호프의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 게오르그 뷔히너의 <레온스와 레나>, 알베르 카뮈의 <오해> 니콜라이 에르트만의 <자살>등이다.

<리처드 2세>의 역사적 특징을 보면, 실존 인물 리처드 2세(1367~1400)는 1377년부터 1399년까지 재위한 잉글랜드의 왕으로 이 작품은 1595년에 쓰여 졌으며,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중 랭커스터 4부작에 속하고, 왕위 찬탈이라는 비극적이고도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무대사용 규모가 작아 연출하기 쉽지만 가장 민감한 내용 즉, 가장 비극적이며, 정치적으로 미묘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실존 인물 사후 200년에 집필된 작품임에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에섹스 백작의 대결 구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작품의 내용이 왕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왕위 쟁탈을 하는 것으로 에섹스 백작의 사람들이 극단에 후원금을 직접 주고서 몇 회 공연을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내가 바로 리처드 2세다. 내가 설마 그것을 모르겠는가?(I am Richard II, Know you not that?)”라 말하며 이 작품에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내용은 정통 왕권신수설과 민심이 천심이라는 사상과의 대결이다. 중세 고전주의와 르네상스의 대결구도로 볼 수 있는데, 작품의 시대는 르네상스시대이므로 르네상스가 승리하는 결말로 환영받는다.

작품의 첫 부분에서 리처드 2세는 반역죄로 서로를 고소한 볼링브로크와 모브레이를 불러 재판 대신 결투를 시킨다. 여기서 ‘대결’이란 분쟁의 해결을 운명에 맡기는 중세적 사고로, 볼링브로크와 모브레이를 대결시킨 것에서 리차드 2세의 중세적 면모를 드러낸다. 사실 리차드는 태생적으로 왕위를 물려받지만, 국고를 탕진하는 등 나라의 운영이 미숙하여 국민들의 원성을 듣던 못난 인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숙부가 죽자 그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법적, 도덕적 결함마저 보이며, 군주로서는 악하고 술수가 모자란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왕을 밀어낸 볼링브로크는 바람직한 인물인가? 그의 결함 역시 명확하진 않지만, 은연중에 드러난다.
볼링브로크의 아버지의 이름은 Gaunt이다. gaunt란 수척한, 아주 여윈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그의 이미지는 그의 이름이 대신하고 있다. 실제 작품에서 아버지(Gaunt)가 gaunt되어 간다.. “Gaunt is gaunt”. Gaunt에게 “나는 건강하게 숨 쉬며 병든 당신을 보고 있다.”라는 리처드 2세의 대사에서는 오직 현상만을 인식할 뿐 내재된 의미를 읽어 내지 못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6년의 유배 기간을 채우지 않고 볼링브로크는 리처드 2세를 왕위에서 몰아내기 위해 돌아오는데, “나는 떠날 때는 볼링브로크였지만, 돌아올 때는 랭커스터로 왔다.” 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복귀를 정당화 한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객(액스턴)을 보내 살해하는 장면에서 자객은 이렇게 얘기한다. “폐하(볼링브로크)께서 말씀하시기를 ‘살아 있는 공포를 없애줄 친구 하나가 내겐 없나!’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가 “그대야 말로 과인의 가슴에서 공포를 없애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오” 라고 눈으로 그에게 지시한 것이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볼링브롱크 또한 리처드 2세를 추출하고 대신 그 자리에 올라설 적임자인가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작품의 전반에 드러남으로서 리처드 2세라는 작품에 대한 평가로 “말의 잔치(garden of word), 언어의 넝쿨)a vast arabesque of language)”이라는 표현을 한다.

<리처드 2세>에 나타난 셰익스피어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셰익스피어는 민심을 얻은 볼링브로크가 중세적 사고를 지닌 무능한 리차드 2세의 권력을 찬탈하는 것을 합리화함으로써 그 자신이 살고 있는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품 속 볼링브로크 역시 자기 목적을 위해 부하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등 인간답지 못한 결함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처럼 <리처드 2세>에서도 셰익스피어는 중립의 입장을 취한다.

무대는 해변 가나 강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자갈밭이 무대 전면과 후면에 커다란 바위덩이와 함께 만들어져 있다. 백색배경은 검은 휘장으로 반쯤 열려있고, 무대 좌우로 오르막길과 한자높이의 단이 가로 놓여있다. 후반부에 상수쪽 중간막 사이로 거대한 선박모양의 검은색 조형물이 폐위직전의 왕을 태우고 모습을 드러낸다. 종반부에는 배경 막을 가린 검은 휘장이 젖혀지는가 하면, 무대 중앙으로 물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종이배와 왕관이 담긴 얼음덩이가 소품으로 사용된다.

이번 국립극단의 연극에서는 원작에 없는 리처드 2세의 소년의 모습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품에서 철학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그리고 관객에게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관극을 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처참한 권력암투와 왕권찬탈, 그리고 살육장면을 소년의 종이배 접기 놀이로 중화시키거나 희석시키려고 노력한 연출력도 감지된다. 게다가 왕비 시종이 소프라노음성으로 부르는 축배의 노래 는 긍상첨화가 되어 기억에 남는다.

오영수, 김수현, 윤상화, 백익남, 김태범, 장재호, 이상은, 전병옥, 신동훈, 윤정섭, 김아진, 이호협, 정현철, 최윤창, 허민형, 신사랑, 박주현, 백승철, 김태형, 김대현, 남승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나 관객의 갈채를 받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제작총괄 박현숙, 프로듀서 손신형, 무대 이태섭, 조명 조인곤, 의상 장혜숙, 작곡 알렉산더 발라네스크, 선곡 음악편집 펠릭스 알렉사, 음악 박소연, 음향 정윤석, 안무 이경은, 소품 최슬기, 분장 장경숙, 무대감독 변오영, 조연출 강현주, 통역 이경후 그 외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강태경 번역, 한현주 윤색,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 연출의 <리처드 2세>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9, 국립극장의 김지일 극본, 배삼식 각색, 손진책 연출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김지일 극본, 배삼식 각색, 손진책 연출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를 관람했다.

김지일(金志一의) 본명은 김청일(金淸一)로 1941년 황해도 사리원 출생이다. 서울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를 수료하고, 동대소극장에서 <제4빙하기>를 발표 공연했다. 예그린 기획실장, 국립극장 선전기획실장, 마당세실극장 극장장을 거쳐 극단 현대극장 행정감독, 서울시립극단 기획실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공연문화산업연구소 소장으로 방송작가 겸 마당놀이를 비롯한 음악, 무용극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용극<춘향전><황진이><최승희>, 마당놀이<허생전><별주부전><이춘풍전><심청전>, 뮤지컬<화랑 원술><장보고> <영웅 만들기> 그 외 다수 작을 발표 공연하고, 특히 마당놀이 극본의 황제로 호칭된다.

무대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좌석은 물론 본무대 주위에도 객석을 마련해 약 2000여명의 관객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전체에 길고 넓적한 판으로 수백 개로 울타리를 만들고, 기존의 무대 등퇴장 로 외에 객석 출입구까지 등퇴장 로로 설정을 한다. 기존의 무대에 사방 여섯 자 넓이의 공간을 통해 극 진행에 따라 제사상 같은 대도구가 솟아오르고, 본무대 좌우의 등퇴장 로에서도 상여, 각종 휘장과 만장, 다보탑형태의 대도구, 바다물결 조성을 위한 청색광목, 물고기 형태의 가면과 탈, 광대탈, 심 봉사의 식사 상, 맹인들의 잔치 상 등을 출연자들이 이동시키며 극 진행을 원활하게 한다. 무대와 객석 주위를 둘러싼 울타리 판에는 산수화와 사슴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울타리가 갈라지면서 허공으로 곽 씨 부인이 날아 등장을 하고, 또 날아 퇴장을 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또한 울타리 판에는 극의 진행에 따라 영상을 투사해, 눈송이가 흩날리거나, 번개 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대단원에는 천정 양쪽에서 잘게 절단한 흰색 한지를 선풍기 바람으로 날려 보내, 객석전체가 마치 눈꽃 축제 속에 빠져드는 듯싶은 형국으로 마무리가 된다.

본무대 오케스트라 박스에 연주석이 마련되어 타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자리를 한다. 50여명의 출연자가 장면변화에 따라 1인 2역 내지 3 4역을 하며, 극적 흐름이 원활하도록 일심동체가 되어 열연을 벌인다.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도입에 그간의 마당놀이에서처럼 엿장수 놀이가 펼쳐진다. 뺑덕어멈이 등장해 좌중과 익살스러운 첫 상면을 하고, 출연자 전원이 등장해 노래와 춤으로 객석에 환영의사를 표한다. 심 봉사와 곽 씨 부인의 따뜻한 부부의 연이 소개가 되고, 심청이가 태어나면서, 곽 씨 부인은 저세상으로 떠나간다. 백색의 상여와 백색의상의 상두꾼이 등장을 하면서 마당놀이는 관객의 가슴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홀아비와 딸 심청의 일상이 잠시 펼쳐지고, 심 봉사가 개울에 빠져 물에 떠내려가는 광경과 승려 한 사람이 사력을 다해 심 봉사를 건져내는 장면이 청색광목으로 그 펄럭이는 물결장면을 연출해 냄으로써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기 시작하고, 심 봉사가 눈을 뜨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을 절에 시주하기로 약속은 했으나, 그럴 능력이 없기에 걱정할 때, 딸 청이 등장해, 죽음으로써 그 약속을 지켜드리겠노라 아비를 안심시키는 장면은 좌중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어서 뱃사람들이 등장하고, 바다에 제사지낼 15세 예쁜 여식을 사겠노라는 내용과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으로 그 제의를 받아들인 후, 아버지 심 봉사에게 부잣집 양녀로 간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죽음의 길로 떠나가는 장면은 극장을 눈물의 바다로 만든다. 드디어 인당수 깊은 물에 심청이가 몸을 던지고, 청색광목의 펄럭임과 각종 물고기 모습의 가면이 주위를 배회하고, 심청은 깊은 물속에 가라앉고 만다. 그러나 심청의 효성에 감동한 용왕이 심청을 소생시켜 커다란 연꽃송이에 태워 물위로 올려 보낸다. 이것을 발견한 선원들이 연꽃을 임금님 앞에 가져다 놓는다. 연꽃 속에서 심청이가 현신을 하고, 그 미모에 반한 젊고 잘생긴 임금은 심청을 왕비로 맞는다. 심청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잔치를 벌려, 나라에 있는 모든 맹인을 초청한다. 한편 심 봉사는 뺑덕어멈과 함께 살고 있다가, 맹인 잔치 소식에 왕궁이 있는 곳으로 상경을 한다. 도중에 뺑덕어멈은 젊은 맹인과 정분을 맺고 심 봉사 곁을 떠나버린다. 천신만고 끝에 심 봉사가 왕궁에 도착한다. 황해도 연백 땅에서 상경한 심학규라는 방명록을 크게 낭독하는 소리에 왕비 심청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아버지 심 봉사와 상면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반가운 심정을 말로 표현을 한들, 그것이 어찌 본 것에 비교하랴? 왕비 심청의 천지신명께 간곡한 기구와 아버지 심 봉사의 딸을 보려는 필생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여 드디어 심 봉사가 광명천지를 대하고 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된다. 딸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은 평소 심 봉사가 꿈에서 만난 젊고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과 일치함을 알게 되고, 심 봉사의 눈을 뜬 광명의 힘이 다른 맹인들에게 까지 파급되어 왕궁잔치에 참석한 모든 맹인이 광명천지를 보게 되는 감동만점의 장면과 함께 회개한 뺑덕어멈이 심 봉사의 품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마당놀이는 환호와 갈채 속에 마무리를 한다.

김학용, 서정금, 민은경, 송재영, 김성예, 황애리, 허애선, 임영중, 김진수, 안덕용, 정준태, 이종열, 추현종, 이나민, 윤석기, 박준범, 정지혜, 박혜선, 최승호, 박준명, 전수석, 정준용, 조의연, 황태인, 김민지, 김하나, 김현진, 백아람, 서나영, 연은주, 윤서희, 이민주, 이세희, 염상현, 홍수정, 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군무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흥미와 감동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지휘·음악지도 계성원과 연주자 이용구, 김민아, 김형석, 최훈정, 강주희, 문형희, 박경민, 이재원, 권성현, 장광수, 김병성, 김대곤, 김종욱, 안수련, 서은희, 김영미, 장재경, 노연화, 이은경, 허은영, 박기영, 최병숙, 정재은, 허유성, 박천지, 이유진, 한솔잎, 지현정, 이경은, 변아영, 임 현, 최용희, 김미경, 한향희, 송희선, 채윤정, 류아름, 홍민웅, 한송이 오현석, 서나라, 이아람 등 연주진의 열정과 기량이 극적분위기를 100% 상승시킨다.

연희감독 김성녀, 무대미술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한진국, 소품디자인 강민숙, 분장디자인 강대영, 영상디자인 김세훈, 음향디자인 김호성, 지휘 음악지도 계성원, 악보 강상구·배새롬 조연출 오동식·서정완, 조안무 조재혁·노해진, 무대감독 오상영, 의상제작 이호준, 헤어팀장 정윤경, 분장팀장 정선희, 애니메이션 김완진, 한지제작 김재성, 무빙프로그래밍 장재원 등 제작진의 노력과 열성이 잘 드러나, 국립극장의 김지일 극본, 배삼식 각색, 박범훈 작곡, 국수호 안무, 손진책 연출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를 세계 어느 곳에서 공연을 해도 좋을 걸작 마당놀이로 만들어 냈다.

10, 이노컴퍼니와 인코리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앙브루아즈 토마 작곡, 김동섭 예술감독, 김진만 연출의 <오페라연극 햄릿>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주)이노 컴퍼니와 (주)인 코리아의 윌리엄(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셰익스피어 원작, 앙브루아즈 토마(Ambroise Thomas, 1811~ 1896) 작곡, 김진만 연출의 <오페라연극 햄릿>을 관람했다.

오페라 햄릿(Hamlet)은 전5막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미셸 캬레(Michel Carré)와 줄르 바르비에(Jules Barbeir)가 공동으로 대본을 집필했다.

앙부루아즈 토마의 햄릿에서는 특이하게 햄릿(Hamlet)역이 바리톤이다. 덴마크의 왕 클라우디우스(Claudius)는 베이스, 폴로니우스(Polonious)의 아들 레어티즈(Laertes)만이 테너이다. 폴로니우스의 딸 오필리아(Ophelia)는 소프라노, 햄릿의 어머니인 덴마크의 여왕 거트루드(Gertrude)는 메조소프라노이다.

최상의 아리아로는 <포도주, 슬픔을 씻어주네 O vin, dissipe le tristesse> <그대의 즐거움을 위해A vos jeux> (오펠리아의 광란의 장)이 알려졌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지만 토마의 작품이 가장 환영을 받고 있다. 토마는 1811년 독일의 메츠에서 태어났으나 파리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프랑스 작곡가이다. 토마가 작곡한 <햄릿>은 원작과는 달리 후반부에 숙부왕을 죽인 후 왕으로 추대되는 해피엔딩이다. 또한 프랑스 오페라에서는 발레가 필수품이라, 물론 <햄릿>이라는 비극적 내용의 오페라에는 발레가 합당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발레가 등장한다. 제4막의 발레(봄의 축제 Le fete du printemps)는 오펠리아의 광란의 장면과 죽음의 장면에 이어 나오는 것이다.

<오페라 햄릿>은 1868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공연되지 않았다. 토마의 또 다른 작품인 미뇽(Mignon)의 인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인것 같다. 햄릿은 1869년 영국의 코벤트 가든에서 <암레토(Amleto)>라는 타이틀로 공연되었다.

<오페라 연극 햄릿>에서는 마거릿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오필리어와 대비시켜 등장시키고,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가 좋아하는 여인으로 설정을 한다. 그리고 호레이쇼가 과거 유랑극단 단원이었기에 부왕 암살 장면을 동료 유랑극단원들에게 연기하도록 청한다. 그리고 원래 오페라에서 노래로 부르던 대사를 이번 오페라연극에서는 출연자들이 대사로 전달한다. 도입의 부왕의 망령장면은 부왕이 가면과 왕관을 쓰고, 수많은 망령과 함께 등장한다.

타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건반악기의 연주석이 배경 왼쪽에 마련이 되고, 연주자들이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덴마크 왕궁의 커다란 홀과 넓은 들에 자라고 있는 곡식과 그 옆으로 흐르고 있는 도도한 강물의 영상이 볼만하다. 정면의 강둑에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무대 상수 쪽에는 성벽으로 오르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하수 쪽에는 3단 원형으로 된 조형물이 있어 그 위에 숙부 왕과 왕비가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3단의 조형물을 이동 퇴장시키면, 강 언덕으로 오르는 꽃길이 조성되고, 후반부에 오필리어가 그 꽃길 언덕에서 강물로 뛰어드는 장면이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연출된다. 무대 중앙부분에 반투명의 천으로 덮인 4각의 가리개를 마련해, 폴로니우스가 그 뒤에 숨어 왕비와 햄릿의 대화를 엿듣다가 살해당하기도 한다. 오필리어의 매장장면을 강둑에 붉은 색 천으로 관을 덮어 처리하고, 대단원에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 후, 독검에 찔려 모두 죽어가고, 독배를 마신 왕비와 숙부왕도 햄릿의 칼에 쓰러진 후, 햄릿 최후의 장면에서 오필리어가 누운 관이 붉은 천과 함께 상승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조병주, 정병익, 이현주, 김지영, 이재표, 이세영, 소 라, 윤나리, 김효배, 정성희, 문성진, 배은빈, 이동준, 김수빈 등 성악가와 연기자들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을 도입부터 오페라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정장민, 박상현, 곽동민, 홍필선, 조광현, 엄주원, 김 설, 김승록의 연주가 극과 조화를 이루어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스칼라오페라합창단 단원의 열창도 극의 흐름과 어우러져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예술감독 김동섭, 음악감독 김민수, 각색·작사 김나정, 작사 조한흥, 지휘 임병욱, 지휘 이건상, 무대디자이너 김진홍, 분장디자이너 김숙희, 영상디자이너 최명우, 조명디자이너 남궁진, 음향디자이너 박호준, 의상디자이너 최수현, 안무 이선정, 무술감독 조병주, 그래픽디자이너 김호룡, 포토그래퍼 이강진, 무대감독 장용석, 소품감독 홍도영, 조연출 강신구, 음악조감독 김미나, 무대조감독 황지하, 조명 오퍼 이준성, 음향오퍼 김영삼, 음향 RF 이성은, 영상오퍼 김수진, 무대크루 이영민·최민석, 분장 장주연·이미선 등 무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주)이노 컴퍼니(대표 조한흥)&(주)인 코리아(부사장 김성환) 제작,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원작, 앙브루아즈 토마(Ambroise Thomas) 작곡, 김진만 연출의 <오페라연극 햄릿>을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2월 3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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