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에 대한 문화예술 관련 긴급대담

현 시국에 대한 문화예술 관련 긴급대담

 

일 자 : 2016년 12월 21일
장 소 : 대학로 노을 소극장

 

참석자: 권병길(배우), 김태수(연출가), 채승훈(연출가), 오세곤(연출가), 박상현(연출가), 이신영(연출가, 사회), 이채원(배우, 정리)

 

이: 안녕하세요! 오늘 긴급 대담의 안건은 첫째,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우리 연극계안의 부역한 활동은 없는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 안건과 관련, 정부의 여러 부처 가운데서도 왜 문체부가 하필 비선실세의 놀이터가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특정 비선 실세나 단체에게 쏟아 부어지면서 우리 순수 예술인들에게 나타난 폐해를 다루고자 합니다. 두 번째 안건은 지금 현 시국에서 한창 뜨거운 감자인데요.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과 관련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의 상향식 인사 방식보장과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위원회 독립과 자율성 보장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안건과 관련 우리 안에 부역자는 없는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선배연극인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현재 문제점은 무엇인지 폭 넓게 얘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여기 모이신 선생님들은 연극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신 분들이고 평소에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나름의 소신을 기탄없이 말씀하신 분들이니 오늘 모임이 부디 생산적으로 흐르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현 시국에 대해 연극인의 입장에서 한 말씀씩 해 주시죠

 

권 : 이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시기도 그렇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져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연극이든 문화예술이든 국가든 민족이든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도올은 단군 이래 정말 이번만큼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합니다. 나도 그분처럼 거창하게 말은 할 수 없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사회에 독소가 있는 세력을 지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 연극계도 무언가 변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민을 속이는 거나 관객을 속이거나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같은 의미거든요. 저는 평소에 관객을 속이고 거짓연극을 많이 하고 그 안에서 연극을 만들어 내는 자체가 너무 사유적이고 세속화되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이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 현 시국이 위기지만 연극계 안팎으로 굉장히 좋은 절호의 기회의 순간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 :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이명박정부를 보냈는데, 박근혜정부들어 어이없게도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하니, 한 마디로 다 속았다라는 생각에. 웃을 수도 없고 성내자니 자신만 나빠지는 곤혹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통도 이런 불통도다있나하고 난감하던중, 그런 와중에 PC태블릿보도로 터질 것이 터졌는데,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바뀔 것처럼 시끄럽더니 그것도 얼마 못가서 여기저기서 난데없는 방해세력과 정권비호세력으로 당사자부모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더니, 온 국민이 정신이 혼미하던 와중에, 국정농단사건으로 그 담벼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촛불혁명이 시작됐으니, 이 기회에 우리 연극판도 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사태, 살생부의 이름으로 떠돌던 명단 등!

 

채 : 답답하죠. 요새 보면, tv 드라마나 영화 이런 것들 보다 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그러는데 , 매일매일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척 속상하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유신시대가 이제야 실질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40 여년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그런 억압적 역사의 반복 속에서 살아왔구나, 그래서 그 세월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오 : 우울증의 원인은 모르면 우울하지 않은데 알아서 우울한 것 같아요. 국민들이 똑똑해져서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아는 것과 너무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그것이 옳은 방향으로 되돌아오거나 앞으로 그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없다고 느낄 때 우울함이 나타날 것 같아요. 그동안 계속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나마 한번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지막 희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지까지의 경험을 봤을 때 참 소위 얘기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참 어렵다, 그것이 방해받는 요소는 너무나 많고, 너무나 강하고, 너무나 확대 생산적이고 그래서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기회에 우울증의 가능성을 없이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한번 정말 똑똑함을 최대한 발휘해서 정말 현명한 무언가를 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렇게 해서 국민들은 더 똑똑해질텐데, 더 똑똑해진 사람들은 더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무조건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라는 것도 너무 두렵고 그런데, 기회라고 봐야하는지. 기회라고 하면 굉장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에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이번마저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냥 우울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느껴집니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이 : 제가 오래전 분 00지역의 마을극단에서 주부 대상으로 연극을 교육하고 있는데, 어떤 주부 한분이 현 시국과 관련해서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는 말에 많은 공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에 의하면,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세상이 이래저래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었는데, MB정부 들어서고 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너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름에 화가 나고 이를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내보지만 이마저도 통로가 없고 규제가 들어오니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박: 그동안 억압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라는 것이 분노이거나 굴욕이었는데 거기다가 불쾌감이라는 더러운 감정까지 섞여 그게 지속되니까, 욕은 할 수 없지만, 정말 뭐 같은 거죠. 9월 이후에 블랙리스트가 실질적으로 드러나서 대학로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죠. 그러면서 적절하게 발표도 하고 모임도 가지고 그러던 와중에, 연극계나 문화예술계의 오물을 치워야하지 않느냐라는 정도였는데 이게 갑자기 국가적, 민족적, 역사적인 사건으로 바뀌게 되니 많이들 놀라기도 했습니다. 저도 무당 기질을 발휘해서 요번 10.26에 뭐가 있지 않겠어 했는데 바로 25일에 ‘테블릿 pc’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커졌죠. 어쨌든 시민적 국민적 파워에 의해서 평화로운 명예혁명이 이루어진 셈이죠. 아직 끝나진 않았죠. 저는 명예혁명 다음에 지속적인 쿨한, 냉정한 혁명이 지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1960년 1980년 1987년 뜨거운 혁명을 했지만 그 결과는 다 국민의 것으로 온전히 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뜨겁게 타오르는 혁명보다는 차갑게 지속하는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해야할 것 같고, 연극계에 남은 숙제 또한 아주 냉정하게, 쿨하게, 절대 잊지말아야할 것은 절대 잊지 않고, 그런 과정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김태수 선생님이 세월호 참사를 말씀하셨는데,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사건을 덮는 혼란의 시국이기 때문에, 이게 아마도 종국에는 현 정부의 탄핵 전후로 역사의 큰 줄기가 나눠지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채 선생님 말씀 데로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유신정권의 도돌이 표되는 역사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이 꼭 박 선생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뜨거워서 금방 식는 것보다는 마치 훌륭한 외과 의사처럼 정말로 냉정하게 이 사태를 주시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하겠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대담에 들어가서,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주요 정책 기조인 소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문체부 또는 문체부 산하 기관에서 다루어졌거든요. 그런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그 이유를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나아가 이것으로 인해 순수 예술인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들과 궁극적으로 국민에게까지 폐해가 가는 것들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그런 수순이 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저개발 국가에서 고도성장을 해나가면서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을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그 다음엔 전자통신, 지식산업이고 그리고 문화산업이 있지 않겠어요. 지금 이 시기는 문화산업으로 포커스를 분명히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산업적으로도 그러하고 국가 재정 투자 면에서도 그러하고 어떤 문명이양의 포인트로 봐서도 누가 정책을 입안하더라도 문화산업에 집중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까지는 쉬운 객관식문제 맞추기겠고, 그 이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죠.

 

이 : 저는 궁금하기도 하고 개탄스럽기도 한 것이 하고많은 정부부처들 가운데서도 왜 하필이면 우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문체부가 비선실세의 집중 타겟이 됐을까하는 것입니다.

 

오 : 그 기준이 자동차 같으면 시동 걸어서 딱 가야하는데 이건 안 움직여도 움직인다고 우기면 되거든요. 문화 쪽이 사기 치기가 좋아요. 게다가 융복합으로 가면 대단하다고 하면 대단한 것이 되는 거니까요. 아이템을 문화 쪽으로 잡은 것은 좋다면 좋은 것이 되어버리니까, 10원 갖다놓고 100억 같다 그러면 100억 같아 보이니까요. 나는 그게 가장 큰 사기꾼들이 붙어먹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의 기준에 가장 무서운 것이 자신인데, 자신이 무섭지 않은 사람들은 사기를 칠 수 있죠.

 

권 : 이게 맞고 저게 맞고 뒤범벅이 되어서 사기 치기 좋고 놀기가 좋고 그렇게 보여서 시작된 거죠. 자동차는 가면 가고 멈추면 멈추는 것처럼 다른 부처는 콩 심은데 콩 나야하고 팥 심은데 팥 나야하는 정해진 결과가 나오는데 여기는 이것도 저것도 다 맞다면 맞으니까요. 여긴 어찌보면 그네들이 놀기가 좋죠. 천국이죠.

 

채 : 우리 쪽 사람들이 대체로 계산이나 그런 데 약해요. 그러니까 만만한 거죠. 그리고 최순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헬스트레이너, 가방디자이너, 광고디렉터 이런 사람들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농락하기 좋은 데가 문화예술계였단 것이에요. 또 그 사람들이 과거에 부정축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데가 육영재단이잖아요. 이런 데가 지금으로 따지면 문화 또는 교육 이런 데와 관계되는 거죠. 노하우가 있는 거죠. 대단히 사전에 계획적으로 이쪽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김 : 왜 하필 문화쪽이냐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까면깔수록 지금 건드리지 않은 곳은 없잖아요. 여기저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열에 하나도 아닐거예요. 빙산의 일각이겠지요. 더 조금씩이라도 들여다보면 너무 더러워서 할말을 잃게되고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되니까요. 그럼 우리 연극계는 누가 중간역할을 하고 그 실을 얻어 먹었는지 실명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알고 넘어가자,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서이야기해도 안 먹히던 것들의 의혹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기 시작했으니, 오픈시켜서 그동안의 비밀주의를 벗겨보자 이런 얘깁니다.

 

오 : 체육을 정유라가 했기 때문에 문체부와 관련이 있다고 보지는 않고요. 자기 아이를 사회 고위층으로 만들고 설계하는데 있어서 대학타이틀이 필요하다했을 때 학력고사를 잘 봐서 갈수는 없으니 장시호도 체육으로 연세대를 갔으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체육 전에는 예술을 했다고 하잖아요. 예술 하다가 보니 예술보다 체육이 더 만만하니까 체육으로 갔나보죠. 아주 설계를 잘했더라고요. 남들은 잘 하지 않는 것, 돈으로 할 수 있는 운동, 말만 좋은 것을 가지면 갈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고 한 것 같아요. 치밀하게 계획을 짰고, 그러다보니 이쪽이 상당히 여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쪽이 타겟이 된 게 아닐까 해요.

 

박 : 그런데 역설적으로 대학이 기업화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정유라의 패밀리들이 꼬리가 잡힌 건데 그건 참 아이러니하네요. 대학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수도 있거든요.

 

권 :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 아까 오선생님이 융복합을 말씀하셨는데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부처 명에도 세 개의 큰 분야가 들어가 있잖아요. 아마 종교 분야까지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네 개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사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나 외국의 사례는 어떻습니까?

 

박 : 박정희정부 때는 문화공보부라고 했어요. 정부대변인 역할만 했어요. 사회가 커지니까 처음에는 문화부라고 하다가 문교부, 문광부…… 노태우정부 때는 체육청소년부도 있었죠.

 

채 : 예술 쪽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그동안 정부 부처를 통폐합해서 간소화 한다는 정책도 있었고, 또 융복합이니 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다고 하기도하고, 그 결과 문화, 언론, 체육, 관광 등이 뭉쳐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도리어 대충 아무나 장관해도 되는 게 되는 거죠. 전문성이 없어도 정권에 대충 힘 있는 사람이 낙하산 타고 내려와서 장관직을 하고 그러잖아요. 문화예술만 총괄하는 전문성을 가진 부처가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 동감입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등용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권 : 처음에는 말이 많았죠. 체육이랑 합치는 것에 대해서요.

 

채 : 적어도 차관이라도 정확히 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그 쪽도 정권의 심복 같은 사람들만 심어두니까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거죠. 옳은 소리하는 사람은 다 잘라버리고.

 

이 : 인사 청문회보니까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전문성이 없으면 낙마하는데, 이쪽은 전문성이 좀 부족해도 대개 통과하더군요.

 

채 : 우습게 아는 거죠 이쪽 분야를. 정치인 대다수가.

 

권 : 그나마 유인촌장관이 제일 전문성은 있었죠.

 

오 : 전문성이 흉기가 되어버렸죠. 오히려 자기 것만 잘한다는 것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 : 얼마 전에 언론을 통해서 보니까 소위 비선실세들이 문체부에서 착복한 비용의 규모가 1300-1700억으로 늘어나더라고요. 예술인 복지를 위해 긴급자본을 늘려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비선실세의 농단에 특정개인에게 국가의 비용을 헌납한 꼴이 된 것이죠.

 

오 ; 비선실세로 가서 몫이 적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문화예술 관련해서 여러 정책들이 굉장히 왜곡된 쪽으로 흘러갔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서 문화예술위원회만 보더라도, 2003년에 문예진흥법 개정운동을 하면서 연극계가 큰 역할을 했는데, 전제는 문화예술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의 조직이라는 것이고, 민간전문가들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만든 민간 주도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일단 민간주도가 아닌 게 확실해졌잖아요. 관 주도로 간 것이죠. 또 그때 생각에 이제 기금을 모아놓고 기금의 이자로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왔다는 거죠. 예술 진흥은 국고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요가 굉장히 많으니까 민간위원회로 가면서 필요한 것을 최소한도로 하더라도 기존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드는데 어쩔 것이냐, 갑자기 국고를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된다니까 그럼 일단 몇 년간의 완충기간을 갖자, 그럼 완충기간에는 어떻게 하느냐, 기금을 깨서 쓰자 이렇게 된 거예요. 기금을 빨리 써버려야 정부에서 매년 꼬박꼬박 예산을 책정할 것이기에 기금은 없어져야한다고 했어요. 기금의 큰 역할을 담당하던 영화 모금이 위헌 판결이 나서 영화 쪽에서는 모금할 수도 없는데, 기금을 늘릴 수도 없고, 이자를 가지고 운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이런 것이죠. 이자나 사업 이익을 가지고 예술을 진흥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국가 예산의 일부분을 항상 투입하는 것이 예술 진흥이 되어야한다는 전제로 기금을 헐어 쓰자고 한 거란 말이에요. 10년이 지난 지금 계속 기금이 줄어든다는 걱정만 했지. 어디 가서 떳떳이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고 대들지도 않았고, 문화부는 그것에 대해서 예술인들은 울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해가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기금도 다 없어지는데 라고 해가면서 문화예술위원회를 오히려 더 무시하고 핍박하고 깔보는 일로 삼았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이 : 국회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문화예술위원회도 그렇고 다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이네요.

 

오 : 그런 인적인 구성이 왜곡되다보니 그것을 똑부러지게 이야기하고 이런 식의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앉지 않고, 뭔가 비선실세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다 보니까 이게 똑부러지게 제안하고 항의하고 이런 것이 없었으며, 그러다보니까 문화예술위원회 전체도 왜곡되고 기금도 엉망이 되고, 돈쓰는 것도 엉망이 되고 이렇게 해서 총체적난국이 되었다고 보아요. 제가 예술 관련법에 세 번 정도 관여를 했는데, 그 세 가지 법의 관련된 기관들이 다 망가졌어요. 옳은 방향이 있을 때 옳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그냥 방치된 이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지 보면 인사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봐요. 그런 것에 똑 부러지게 말하는데 관심을 두는 것보다 오로지 자기나 그 누구를 위해서 일한다거나 정작 예술인들이나 예술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개인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사가 이루어지면서 정작 가야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아까 말한 부분처럼 복지를 위해서 싸워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는 거예요. 싸우지 말라면 “네”하고 끝나는 거예요. 최근에 예술강사들 문제 생긴 것도 그것이거든요. 중앙에서 대화를 하라고 법원에서 판결을 내려도 기재부에서 안된다고 하면 안 되고, 싸우자고 해도 할 사람이 없는 거죠. 문화부도 기재부에서 안된다는데 어떻게 하느냐, 재단에서는 우리는 못 한다로 나오니까 그럼 지역운영기관 취소할게 이런 식이니까요. 민간 공모할게 이러고 민간 공모로 된 거죠. 이런 일들을 원인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에 대해 올바르게 주장하고 따져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 : 지금 정부가 문화 융성을 기조로 내세웠단 말이에요.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문화가 있는 날이라든가, 1+1 티켓이라든가, 이것을 설계하는 문화융성위원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1+1은 이전의 사랑 티켓처럼 굉장히 문제가 많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채 : 박근혜 정권이 문화 융성이라는 구호로 이미지 측면의 득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예술인들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체감으로 느껴지는 게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했다면 그것이 4년차 정도 되었을 때는 예술인들이 직접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술인 복지법과 복지재단 설립? 그게 이 정부가 한 일일까요? 우리 예술인들이 지난 10년간 떠들고 청원해서 힘들게 이루어진 거예요. 그들의 공이 아닙니다. 거기서 하는 지원정책도 초기에 우왕좌왕, 지금도 상당히 전시적인 측면만 강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인데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문화융성을 내세운다, 절대모순이죠. 지금 드러난 것이 검열, 표현의 자유 탄압,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그 관계자들이 문화체육 쪽인 걸 보니 현 정부의 문화융성이라 하는 것은 진짜 말 그대로 국민들과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대사기극이 명확한 거죠. 이 정권이 제일 잘한 문화융성은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문화독재입니다. 지난 정권에 이어서 말이죠.

 

김: 그러니까 문화융성을 앞세워서 예산도 세우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전체 예산에서 1프로지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우리끼리 싸우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지원금이 책정됐다고 해서 현장 예술인들한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그 행정에 들어가는 돈, 시스템과 극장 운영에 들어가는 돈들, 운영되지 않는 극장에 들어가는 돈들, 외적으로 헛곳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고, 현장에서 그 지원책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체감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인들은 재는기부라는 자조섞인 말로 현실을 이겨내고있는 실정이니까요. 말로만 문화 융성이지 문화 융성에 들어가야 하는 전체 예산을 실감도 못하는 것이고, 현재 실질적으로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거나 인정받는 것들은 거의 우리가 개인적으로 이뤄놓은 재능기부의 성격으로 이뤄놓은 것이지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서 이뤄놓은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자생력을 죽이고, 작업에 스스로 하고자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그것을 역행하는 쪽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라는 반성이 여기저기서 불만처럼 걱정스러운 말들이 오고가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근본을 따지다 보면 문화국가도 아닌데 문화국가라고 앞세우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들고, 이런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슬프게 생각합니다.

 

오 : 저도 문화융성이래서 그래도 뭔가 있겠지 기대를 했었는데, 그런데 마지막 수요일에 그렇게 전시적인 것 빼고는 실제적으로 문화융성과 관계가 없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예로 많이 드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약으로 2017년까지 전국 초중고에 예술 강사 파견하겠다고 했어요. 그때가 아마 전국 초중고에 60퍼센트 정도 나갔을 땐데 나머지 학교에도 예술강사 파견하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그럴 듯 해 보이는 데 거기에 허점이 있어요. 전국 초중고 수가 11000개정도 되는데 7000개 정도에 예술 강사가 나가고 있고, 4000개 정도만 더 나가면 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럼 초중고 학생들의 60퍼센트는 예술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에요. 전국에 7천개 정도에 예술 강사가 파견될 뿐이지 가서 가르치는 숫자는 세 개 학년 중에 한 개 학년, 약 3분의 1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 받는 정도거든요. 동아리는 또 몰아서 하고요. 그러면 실제로 예술 교육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3분의 1이 아니고 5분의 1, 10분의 1정도의 숫자란 말이에요. 전국 초중고에 예술 강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을 전국의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예술 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착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예산 백 몇십억 정도 투입하면 될 정도인데, 문제는 그것도 안 지켰다는 거죠. 지금 아마 7-8천개 정도에 나가고 있을 거예요. 지금 계산이 어떻게 나오냐면, 예산을 학교에 8백억을 써요. 시간 수로 따지면 200만 시간이 되는 것이고, 약 7-8천개 학교라면 한 학교당 수업시수가 2-3백 시간 정도면 1년이 삼십 몇 주정도이기 때문에 6-7시간 정도라 6-7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받는 정도예요. 그런 정도로 머물고 있고, 저는 문화융성이라고 하면 적어도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는 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고, 그렇게 따지면 예술 강사가 5만명 정도 필요합니다. 기간제 교사급으로요. 그 정도 비전은 박근혜정부 임기동안은 불가능하고 10-20년 내지의 계획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그런 계획을 바랬는데, 결국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구호로 그치고 말았다는 겁니다. 이것이 단적인 문화융성의 문제점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전문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고, 정책 담당자들이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고, 예술 현장에서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 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구호와 현실, 형식과 실질이 가장 크게 어긋난 사례가 아닐까하고, 역시 우울증이 원인입니다.

 

박 :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정명이 없었다고 보는데, 이명박 정권에서는 부정명 혹은 반명이었죠. 예를 들면, ‘녹색산업’, ‘강 살리기’였어요. 그런데 박근혜정권에서는 허명이에요. 말은 했는데 그 내용이 없고, 말을 했는데 하지를 않고, 내용이 없고 하지를 않으니 이상한 놈들이 해보겠다고 들어오는 거죠. 이제는 정명을 세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권 : 나는 정치적 문제에 눈을 뜬지 오래 되었는데요. 그래서 저는 연극인이 아니고 약간 정치 성향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분담의 한축으로 남아있는 현재 보수 성향적인 분들이 순수를 견지한다 하면서 사실상 비 순수에 길로 향했던 것이죠. 그리고 젊은 층은 잘 모르고요. 그래서 오늘 나올 때는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왔는데, 내가 정치 지향적인 것은 있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나열은 많은데 실천은 없는 것 그것은 어찌 보면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혼돈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건 아무의미가 없어요. 정권교체나 정권안위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앉히는 것도 낙하산을 앉히고, 그리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가만히 봤을 때, 좋게 말하면 맘이 약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권에 빌붙어서 자신의 안위를 찾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박 : 26일에 대학로 엑스포럼을 중심으로 해서 검열백서준비위원회 출범모임을 합니다. 거기서 일단은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사례들을 모아서 백서를 만든다는 것이고, 차후로 논의 된 것이, 저도 논의에 참여한 적도 있고, 떨어져서 문자로 본 것도 있긴 한데, 아까 말씀하셨던 연극계 부역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하고 어떻게 대해야하고, 어떻게 그 사람들을 응징이라고 해야 할지 처우라고 해야 할지 이런 것을 논의할 것이고, 그 다음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우리 연극사를 다시 들여다보고 써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일했던 분, 유신독재에 고위급으로 협력했던 분들을 거의 우리의 대표적인 조상으로 받들고 있거든요. 이 문제는 그분들이 우리 연극의 초창기에 주요한 역할을 한 공이 있다 하더라도 과에 대해서 충분이 짚고 기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 문제까지 가게 되면, 그 후대와 후배들이 지금까지 연극계 주류이고 아마 전쟁 비슷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사실 엑스포럼을 비롯한 젊은 친구들은 기개는 있되 그런 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준비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각각의 세대에 따라서 혹은 맡은 포지션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조화를 꾀해야 할 것 같고요. 왜냐하면 목표와 방향성이 같기 때문에요. 그리고 세대에 따라서 어떻게 서로 커버를 해줘야 할 것인가, 또 오히려 선배가 나서야할 부분에서는 어떻게 나서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도 급하진 않더라도 서서히 준비하고 이야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 : 나는 이번 박근혜 사건이 마무리 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으로 봐요. 그때는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되겠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지금 잘못하면 편을 갈라서 과거에 갈라졌던 것과 비슷한 사건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급하진 않은데,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해요. 아픔이 있을 때 이야기가 진실 된 거지, 과거에 노무현 정권에 배불러졌을 때는 사람이 달라진 측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아플 때 이야기를 해야 해요. 연극계에 모든 주류가 누구누구의 계보에 의해 만들어진 거예요.

 

이 : 언론 상에서 거론 되었던 이윤택선생님과 박근형선생님말고도 상당수의 민간 극단과 연출가들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계신 선생님들도 거의 다 블랙리스트이실 수도 있는데, 직접적으로 지원을 못 받는다는 문제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작품이 획일화됨에 따라 문화의 향수자인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폐해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채 : 우리 한국에 있어서 예술 검열의 역사는 되게 오래됐잖아요. 일제시대 때는 일제시대 대로 독재시대에는 정권유지를 위해서, 그 때 혹독했잖아요. 대본 사전검열은 물론 포스터까지도 사전검열을 맡아야했던 시절이었고, 사전검열 제도가 폐지된 다음에 세상이 민주공화국으로 말 그대로 이행된 줄 알았는데 사전검열이 아직도 그 변칙적인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것이 다 드러났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 이 시대가 확실히 유신시대의 연속이구나라는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네요. 서울연극제에 아르코극장 대관 불허, 또 세월호 주제를 다룬 작품에 대한 사전 봉쇄, 이런 것들도 엄연히 검열에 부합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블랙리스트가 표면화되기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연극인들이 있었죠. 우리는 아마 찍혀있을거야, 그러니 예술위쪽으로는 지원서 내봐야 될거 같지도 않아, 라는 생각으로 아예 대관신청이니 기타 지원이니 내지도 않았지요. 저는 그랬습니다. 한편으론 괜한 구걸 같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미 지난 정권 때부터 하기 시작했지요. 일종의 자기 검열, 알아서 회피한 거죠. 게다가 이즈음 이게 백일하에 블랙리스트다 해서 다 드러나니까 분노와 자괴감이 같이 드는 거죠. 그런데 이제 이런 일들이 너무 반복돼 일어나고 그런 역사 속에 사니까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조차 사실 지쳤어요. 단, 오늘은 그런 사람들한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는 싶습니다. 블랙리스트 작성이니 검열이니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했었던 주변 예술인들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분명히 용인하거나 심의에 참여하거나 명단 작성에 도움을 주거나 등등 이런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반성하고 예술계를 떠나야 합니다.

 

권 : 그걸 없애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채 :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권 : 그걸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채 : 그런데 저는 결과적으로 예술인 출신의 부역자들이 없으면 논리적으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예술인 스스로의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가장 첫 번째 예방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 권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지만, 다소 과격하게 표현해 보자면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특히 연극계 안에서는 온정주의라고 하는 것으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더라도 이런 저런 문제들을 좀 더 파고들어 이야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권 : 우리가 실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연출이든 배우든 스텝이든 이런 사람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미 기득권의 멤버십이 딱 정해져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인재를 스스로 키워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해요. 그런 시기가 올 수도 있잖아요. 지금까지 누렸던 사람들에 대해, 부역자들도 경중을 따져서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부역을 음성적으로 한 사람도 많고 양성적으로 한사람도 많고, 이런 정보를 우리가 수집해서 말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전개해 나가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구분해서 우리가 대시를 하느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죠.

 

채 : 우리나라 연극계의 부역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유신독재 그 이후까지 주욱 이어져 오지만, 그 부분은 장황해질 수 있으니 다음기회로 미루고, 최근 부역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이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때에도 일방통행식의 문화 독재정책들이 있었잖아요. 기존 임기를 마치지 않은 단체장들을 압력에 의해 내쫓거나 아르코 극장들을 묶어서 가까운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운영자에 앉히거나 국립극단을 해체하고 설립하는 과정들을 당사자나 연극인들에게 전혀 토론도 없이 밀어붙이는 등등의 일이 벌어졌을 때, 연극인들 1037명이 그 당시에 성명을 내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죠. 그래서 연극인 1000인 서명이라고 해서 대서특필되고, 당시 장관이 연극인 출신이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연극인들의 성명을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다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그 서명을 함께 했던 연극인 중의 일부가 갑자기 협조로 돌아선 겁니다. 함께 했던 동료들로서는 안타깝고 크게 섭섭한 행동이었죠. 문화부 정책들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어떤 사과도 설명도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그쪽에 이미 협조했던 사람들, 그리고 회유에 의해서 이미 협조할 준비가 되어있던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는 서명운동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협조에 가담하게 되면서 일방통행식의 독재적 정책들이 더 쉽게 이루어졌어요. 바로 이러한 행동들이 문화독재 부역에 부합하는 행동이죠.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을 때, 일부 연극인들이 거기 선거운동에 참여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뭐 문재인이든 박근혜든 어딜 지지하고 운동하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자유니까요. 하지만 중요한건 그 뒤에 아까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다른 쪽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했다고 해서 탄압하거나 하는 행위에 동승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들을 옆에서 돕거나 방조한 사람들이 부역자들이라는 거죠. 연극계의 역사를 유신시대로 되돌리는 것을 방조했기 때문입니다. 정권에 앞장서 협조했던 사람들이 나서서 연극계 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세우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도 했지요. 서울연극협회가 그 전까지 이런저런 성명들을 내면서 정권에 저항을 하니까 그것을 근본적으로 못하게 하려는 계획이었지요. 단체장이 정치적인 성향을 띠면 안되지 않겠느냐는 명분으로 호도하면서 이면적으로는 도리어 자신들이 매우 정치적이었던 이중성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김 : 블랙리스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떻게 당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 수도 없고 감만 잡아볼 뿐,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들어내기 난감하고, 어느 사람들이 예를 들면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리스트 안과 밖의 라인을 짚어 볼 수 있을 뿐이지 오리발 모르쇠로 일관하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고, 누가 얼마나 당했는지는 캐려해도 알아내기 힘든 것이고. 자백이나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지 않고는 바랄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느 극단이 불이익을 당했는지 짚었으면 좋겠지만 희망사항일 뿐이겠죠. 그 전에 특별히 우리가 아까 얘기한 것 중에서 서울연극회 대관탈락사건을 정확히 짚지는 못했어요. 이 사건은 들어난 사건이니까 다시 수사를 하던 블랙리스트 수사 건으로 다시 한번 짚고 가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때 예술위원회 꼼수로 행사시작 하루 전에 대극장 수리라는 공문을 보내다거나, 협회에서 어떤 일정을 결정하여 발표하면 마지노선까지 사안을 끌고 끌다가 다른 이유를 들이대는 식으로 협회를 불편하게 하거나, 그 꼼수의 완장질을 당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무슨 사고라도 쳐야 해결되려나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드는 때가 많으니까요.

 

이 : 저는 채선생님 말씀처럼 예전에 사전검열로 인해 공연을 못 올리는 세대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전검열에 준하는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거나 지원 대상에서 아예 배제되는 블랙리스트란 신 검열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에 빌붙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일만 하고 있고 정권이 바뀌면 또 거기에 코스프레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걸 본 대부분의 일반 연극인들은 기관장 인사를 했으니 그 분들을 대단한 선배님과 선생님으로 착각하게 하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아까 제가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 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실명을 거론하기는 그렇긴 하지만 우리 연극계 안에서 자정노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채 : 일제시대 때 신파극하는 분들 다 해체시키고, 전쟁 이후에는 문화예술계 주류가 되고, 그 후 박정희 군사정권 들어서서 예총을 만들자 거기에 다 들어갔거든요. 한국연극협회의 예를 들자면, 협회가 독재정권에 철저히 순응해야만 존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초창기에 약 40여개 극단이 있었는데 거기에 등록되어있는 극단 대표들이 한국 연극계의 주류를 이루면서 모든 심사권을 그들이 가진 거예요. 연극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거기에서 가입심사를 하는 거죠. 정단체, 정회원되는 게 쉽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때는 공연이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였거든요. 한국연극협회에 등록된 극단이 아니면 공연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연극이 하고 싶으면 한국연극협회에 가서 가입을 하고 그 안에 소속되지 않으면 활동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막강한 연극계의 기득권을 차지했고, 소위 극단의 대표들 또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는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그런 못된 짓들도 하고 그랬어요. 새로운 극단이 가입하고자 하는데, 이사람 들이 반정부적이거나 정치적인 연극을 한다는 색채를 보이면 당연히 가입을 안 시켰고, 더 나아가서, 한국적 리얼리즘으로 포장된 연극으로 도배된 시절이었으니까, 새로운 경향의 연극이라도 할라치면 보이지 않게 이단으로 취급해버리기도 하였죠. 그것이 바로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고 이미 연극인들 스스로가 알아서 후배연극인들이나 동료연극인들, 연극학도들에게 검열을 해버린 겁니다. 그러다가 80년대 말에 매춘사건 후로 공연법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서 극단도 많이 생기고 사전검열도 사라지면서 누구나 연극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세대들은 순결한 피를 가질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옛날의 우리들은 예총산하의 기존 극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연극에 입문할 수 없었죠. 그 때 연극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세대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자의는 아니지만 소위 연극계 부역의 끝자락 쯤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연극인들은 자성의 시간들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스스로 빠져나오고 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아직도 그들만의 기득권을 가지고 리그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 시대는 그런 시대죠. 우리 시대가 아니라 우리 뒤의 세대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우리 후배들은 그런 구속에서 자유롭게 출발한 사람들이니까 선배들의 병정놀이와 확연하게 스스로 단절시키겠다는 노력을 하면 연극계에 새로운 문화와 역사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권 : 당시 대표를 한다는 것은 이미 서슬 퍼런 권력 하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없는 상황이었죠. 말하자면 주체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죠.

 

채 : 젊은 시절 처절하게 연극하길 원했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면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랬었던 것 하나는 스스로 변명을 할 수 있죠. 아니면 연극을 떠나야했으니까요.

 

김 : 검열 탄압 이런 문제가 나오면, 우리 동료 중에 어느 한 사람이 부적절한 탄압을 받아도 모두 들고 일어나 주어야 하는 게 모양새잖아요. 그런데 어느 한쪽은 방관, 다른 쪽은 무슨 잘못이 잇겠지하는 식으로 물타기 하고 희석시켜버리는 모양새가 되버리잖아요. 한 개인의 독립 자유성에 대해 훼손 되었는데도 그게 늘 있는 일 인 듯, 마치 좀 다른 일상 인 듯한 흐름이 되어버려서, 무슨 생각들을 가지고 연극을 하는지에 대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 이게 경쟁 아닌 경쟁 시스템, 능력위주, 각자도생으로 흘러가니까 어느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힘들고요. 그리고 문제 되었던 창작상실만 해도 아쉬운 점은 검열사태에 임하는 대표들이 회의를 했는데, 전체 분위기가 하지말자는 주장으로 가다가 어느 한 팀이 반대주장을 하니까 무기력하게 무책임하게 다들 번복하여 공연을 하는 쪽으로 결정을 해버리고 마는 실정을 어떻게 봐야하겟습니까. 숨은 속마음이 드러나고 노선을 갈아타고 일종의 유체이탈 법으로 남탓을 해버린게 아니가라는 섭섭함이 앞섭니다. 그걸 거부라도 했으면 우리 연극판을 다시 봤을 텐데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있죠.

 

오 : 약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어요. 물론 예술이라 그러면 약하면 안 되죠.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도 가져야 하구요. 또, 개별적으로 보면 약하죠. 사실은 과거에도 검열이 가시적 검열이었잖아요. 다들 알아서 스스로 검열을 했다는 말이죠. 이런 작품 내서 되지 않을 것 같으면 내지도 않고, 검열 통과 안 될 것 같으면 내지도 않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비판의식을 유지하려고 교묘하게 피해가기위해서 상징을 쓰고 후에 간신히 통과되면 쾌감도 느끼고 그랬죠. 그 당시에는 직설적인 부분에 민감했던 검열 시스템이었으니까요. 아무튼 그 때도 부단히 자기검열은 있었다는 것, 아까 채선생이 이야기했던 주류라는 그 회원 극단 준회원 극단 제도가 있어서 거기 들지 못하면 공연을 하기가 힘들기도 했고요. 다른 극단도 공연을 하긴 했어요. 공연자 수첩 받아서 서울시청가서 줄서서요. 하지만 정식극단으로는 회원준회원 극단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가 없었죠. 그 분들은 회원준회원 극단으로써 정부 시책인 새마을 연극도 많이 했잖아요. 그러면서 연극 주류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것의 잔재적인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우리가 그런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죠. 잘못된 부분에도 많이 협조한 것들이 아까 채선생이 말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적극적이던 소극적이던 암묵적으로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그때 주류가 지금도 주류로 이루고 있는 것이고요. 그 이후에 민주화가 되고 검열이 없어지고 이런 이후 요즘은 훨씬 더 교묘하고 지능적이고 그런데, 여기에도 우리스스로 협조하는 게 있거든요. 분명히 있을 거예요. 작품을 문제 삼는다지만 사람을 문제 삼은 이런 식의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이중기준이 있어요. 정치적이라고 욕하잖아요. 왜 예술인들이 정치적으로 가느냐고 욕을 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박근혜캠프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정치적이었다고 욕을 먹지 않고 지는 쪽에 있었으면 정치적이라고 욕을 먹어요. 이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다 법 쪽으로 하자가 없다는 고유의 인사권을 사용하고 있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게 해요. 심사위원을 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심사위원을 마음에 맞는 사람으로 해서 심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형식논리로는 자격이 있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해서 결정한 것이기에 하자가 없다는 형식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번 최순실을 봤을 때 사람을 다 바꿔버리잖아요. 사람을 바꿔서 요건을 다 맞춰버리는 거죠. 그런 것과 비슷한 구조와 과정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죠. 형식논리상 맞게 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애매한 거예요. 뭐가 잘못되었다고 해야 하는지 말이죠. 블랙리스트 언급을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서 구체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게 뭔지 나오는 게 없다는 거죠. 막상 꼬집어 내려고 하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는 거죠. 이걸 미세하게 들어가면 답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멀리 보면 뻔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심의에 들어가 있던 이름들이 어느 순간 다 빠졌어요. 확실히 빠졌어요. 그게 한 달 연락 안 오고 두 달 연락 안 올 때는 왜 연락이 없지 하지만, 1년 이상이면 확실히 빠진 거잖아요. 언제 빠진지 몰라요. 어쨌든 언제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 일들이 무수히 많거든요. 이런 사소한 심의도 다 뺐단 말이죠. 심증은 있어요. 하지만 물어보면 또 나름대로 설명을 할 거란 말이죠. 누구도 명쾌하게 이랬다고 말할 수 없게 모호하게 해놨기 때문에 아까 전에 말한 것처럼 세밀하게 들어가면 안돼요. 멀리 보면 굉장히 심각한 차별이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 : 자, 이제 앞으로 우리 연극인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제 의견은 지금이라도 연극계가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연예술계 관련 기관장 공모를 할 때, 해당 되시는 분들이 공약을 걸고 책임 경영을 해야 하며, 그런 것들을 건전하게 감시하는 노력들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채 : 근본적으로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문화를 바꿔보려고 우리 대학로 포럼도 애써왔고,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힘도 빠지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연극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동안 서울 연극인들은 이명박 정권부터 지금까지 약 7-8년 정도를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때그때마다 기죽지 않고 항상 성명을 냈고,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이런 것에도 100명 이상이 성명서를 내기도 했고요. 서울연극인들에 한해서 이야깁니다만, 할 이야기들을 하면서 왔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힘이 이런 시국에 있어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도 되었고, 나름대로 정부의 일방통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기에 우리가 앞으로 연극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정부나 정권, 문화정책, 일부 연극인들의 일탈 등에 관해서 연극 시민정신을 가지고 꾸준히 계속해서 지금처럼만 제기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이 과도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박 : 지금까지 우리 연극계, 연극인들의 의식을 지배해 온 것, 물려받은 정신문화 중에 가족주의, 도제의식, 패권주의,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고가 윗사람에게 말을 못 하게 하는 것, 허물 봐주기, “너는 내가 키워준다” “쟤는 내가 죽이겠다” 이런 사고, 패거리 의식,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 등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전통 중에 그나마 있는 미덕은 사라지고 이런 찌꺼기 같은 것만 남아 예술가다운 활기와 조화를 저해한 겁니다. 이제 버려야 합니다. 그 대신에 민주사회의 시민의식, 시민적 연대의식, 공정한 경쟁의식, 균형잡힌 비핀의식으로 다시 나야 합니다. 새로운 도덕교과서를 쓰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연극인도, 예술인도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가을, 겨울을 겪으면서 그 당위성과 가능성을 봅니다.

 

권 : 우리식으로 문화혁명인데 개인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해서 부역자들을 찾아내는 이런 작업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미래에 관점을 맞추고 우리 연극 문화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헌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화행위,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 거기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권력에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보복하고 그러기에는 힘들 수도 있어요. 어차피 같이 고생하는 것은 마찬가진데 그것이 비겁하게 권력에 붙어서 예술행위를 망각하고 사적으로 개인적으로 움직여나가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행위는 어떤 지점을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우리 나름대로의 규율을 세워서 이제 눈에 보이게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또 자연스럽게 도태 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들어져야합니다. 아까 이야기 나왔지만 유인촌장관이 그나마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는 매우 참담합니다. 그 이유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김 :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이상하게 벌어졌던 일들의 리스트를 다 적어야할 것 같아요. 이상하게 된 일들이요. 검열이라든지 블랙리스트라든지 심사위원이라든지 등등 그런 것들을 다 점검을 해놓고, 잘못하면 앞으로도 또 그대로 반복 될 가능성이 많다고 인지하고 있잖아요.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변화가 되기가 힘들다는 거죠. 다들 개인적으로 흘러가버리니까. 우리가 연극판을 좀 더 새롭게 하려면, 문제들을 적시해서 하나씩하나씩 고쳐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짚어 가야 할 문제들이 있을 텐데, 그런 문제들을 짚고 의견들을 개진하는 소그룹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방면으로!

 

오 : 우리가 보복차원의 그런 모양이 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조치는 필요합니다.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쨌든 권력을 가지고 즐겼던 사람들이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방어적이 되기 때문에 과거에 대해서 방어적이고 옹호적일 수 있습니다. 멀리놓고 봤을 때 많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많이 잘못된 상태에서 어떤 혜택을 누렸던 것이 방어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개혁에 걸림돌이 될수 있기에 어떤 인적 청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건 그렇다 쳐도 큰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채 선생이 문화를 바꿔야한다고 했습니다만, 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에 있어서 큰 개혁이 되어야하는데 가장 문제가 이번에도 힘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옵니다. 언론, 정치, 권력, 검찰, 경찰, 법원, 돈의 힘 뭐 재벌이죠. 군도 포함이요. 전체적인 게 크게 개혁이 되지 않는 이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인사가 투명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국립극단에 예술감독을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공개모집을 하고 지원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야하고 우리가 된다 안된다 떠들어야 해요. 우리가 심사위원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여론 형성이 되고 마치 공청회처럼 그렇게 되어야해요. 그리고 무슨 심사를 하면 다 공개가 되어야 해요. 그런 것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이 되어야합니다. 맨 처음엔 불편하겠지만 공개식으로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아요. 지금 문화예술위원회는 제가 볼 때는 해체되어야합니다. 이미 너무 곪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고치기는 힘들고 지금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소규모의 연극 영화 또는 공연 등 민간주도의 자율적으로 정책결정하고 지원 결정하는 그런 곳이 생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상향식 의견들이 모일 수 있는 이런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지금 같은 권력화하고 이런 것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시끄럽고 복잡하더라도 그런 식의 광화문 거리정치가 살아났듯이 연극계도 그렇게 바뀌어야 해요. 더 세부적으로 가면 더 바꿀 것이 많지만 일단 크게 보았을 때 심의와 인사를 공개식으로 바꾸고 그렇다면 많이 정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지만 상향식으로 밑으로부터 의견이 올라갈 수 있는 시끄럽겠지만 그런 것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 오늘 긴급 대담이 부역자 또는 과거 회귀 식의 잘못된 시각으로 예술을 재단하려는 위정자들에게 냉정하고 엄중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장시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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