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연극을 꿈꾸는 비주류 독립군, 교육극단 푸른숲/ 김광

독립연극을 꿈꾸는 비주류 독립군, 교육극단 푸른숲

          김 광 (교육극단 푸른숲 대표)

2월, 영하의 기온과 흩날리는 눈발을 뚫고 찾아든 지하 소극장,

특유의 공기가 한겨울 속 봄 꿈 같다.

이내 모여든 사람들의 온기로 지하 소극장에 활기가 돈다. 올해도 푸른숲이다.

이 사람들, 참 남다른 사람들, 참 다같은 사람들, 그저 평범한, 특별한 사람들.

“교육극단 푸른숲”

황폐화된 교육 현실 속에서 교실이 아닌 극장을, 무대를 교단 삼아

가르치고 배우며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1999년 늦은 가을, 뜻을 모았다.

“연극을 매개로 하여 배움과 가르침의 장을 교실 밖까지 확장시키고, 바람직한 청소년 문화 및 교육, 예술 문화 구현에 기여하고… 교실에서 다 담지 못 한 이야기들을 무대를 통해 담아내는 의미있는 공연을..” 하겠다고 창단의 목청을 높이던 이들은 이듬해 2월에 첫 공연 <굿닥터>를 무대에 올린다. (2000.2.24.-25, 여해문화공간)

<굿닥터>(2000)

예술적, 교육적 소신에 가득찬 초대 대표 이지향 선생(성암여중)이 여러 전문가와 함께 연수와 워크샵을 진행하며 그 첫걸음을 이끌었고, 이어진 정기공연 <우리 읍내> (2001.2.21-24, 여해문화공간), <우상의 눈물> (2002.2.22.-25,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는 직접 연출로 나서, 예술적, 교육적 시도를 무대 위에 구현하려 노력하였다. <우리 읍내> 공연 당시의 기획 의도를 보면, 풋풋한 순수가 엿보인다.

제도 교육의 위기를 겪으면서 더 이상 교실에서만 삶의 진실에 매달리는 것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너무도 버거운 일이며, 삶의 아이러니와 이 아이러니를 통한 진실은 몇 줄의 글보다 더 구체적이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에, 우리는 교실에서 해주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무대 위에서 하려 합니다.

<우리읍내>는 이러한 우리들의 취지에 걸맞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3막으로 이루어진<우리읍내>는 일상과 평범의 옷을 걸치고, 우리 삶의 면면을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조용히 웅변하는 삶의 진리는 장중할 정도로.. (중략)  특히 이번 공연은 교육극단 푸른숲의 순수한 의지를 구현하고자 창단 공연에 이어 또다시 무료 공연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읍내>(2001)

순수를 무기로 기세 좋게 활동해나가던 ‘교육극단 푸른숲’은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공연하겠다는 꿈을 품지만, 대학로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계약을 하고도 쉽사리 뒤집어버리는 상업주의적 현실, 소위 예술인을 자처하는 자들의 편견과 아집, 신의가 밟히는 숱한 경험들은 오히려 단련의 기회가 되었고, 때론 공연이 무산되기도 하고, 때론 갈등과 아픔을 겪기도 하면서 꿋꿋하게 담금질의 시간을 견뎌낸다. (2003~2010)

   

 <조만득씨>(2003)

<헛소동>(2005)

<플레이햄릿>(2007)

그 연단의 시간을 기성극과 창작극, 현대극과 고전극을 넘나들며 내공을 키워오던 ‘교육극단 푸른숲’은 드디어 2012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를 필두로 게릴라극장, 연우소극장 등 고대하던 대학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동경하던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교육극단 푸른숲’은 명실상부 진일보하는데, 주로 이지향 선생의 극작을 기반으로 진솔하고 울림있는 메시지를 담은 창작 공연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개순이> (2012.2.9-12, 혜화동1번지), <개미> (2013.1.23.-27, 게릴라극장), <개미> (2013.8.25.-9.1, 연우소극장), <사흘> (2014.2.15.-23, 연우소극장), <리어는> (2015.2.7.-15, 연우소극장), <나무> (2016.2.16.-21, 연우소극장), <6호실> (2017.2.14.-19, 연우소극장) 등을 연속해 올리면서 대학로에서 나름 안정적으로 정기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극단으로 자리잡아간다.

2013년 여름 <개미>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연되었는데, 당시 현장 평가를 담당한 한 전문위원은 이런 평가를 내렸다.

주요 배역들이 보여준 집중력과 표현력은 진정성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였으며, 전문성이 보이는 연기력이었음. 스토리에 충실했으며 진정성 있는 연극으로 상업적인 요소가 적었던 것이 어쩌면 인디음악처럼, 독립영화처럼, 교육극단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독립연극’을 관람하는 느낌이었음. 일선에서 겪은 일들의 한 장면은 문화체험을 나누기에 충분했으며 공연자의 독백이 관객의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음.

<개순이>(2012) 

<개미>(2013)   

<사흘>(2014)

<나무>(2016)

인디음악처럼, 독립영화처럼, 상업성 없는 독립연극을 위하여 ‘교육극단 푸른숲’은 공연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연기, 움직임, 분장, 음악 등 여러 영역의 전문인을 초빙한 워크샵과 트레이닝, 희곡 읽기, 관극 토론 등 내적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연 확대를 위한 각종 연수 활동은 물론 중고등학교 연극반 지원 등 연극과 교육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계성여고, 동북고, 상일여고, 성암여중 등 다양한 학교의 연극 관련 활동을 지원해 왔으며, 현재도 청소년 연극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관련 진로를 모색하는 청소년들에게 극단 주최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사제동행의 모범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사들을 위하여 2011년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의 지원으로 진행한 교육연극 연수는 서울특별시교육청 간행물 ‘서울교육’에 소개되었고, 2012년 역시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의 지원을 받아 춘천마임축제와 연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2011 교육연극 연수

  2011 연극 워크숍

최근에는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을 위하여, 옛 극단 현대극장 스튜디오를 ‘푸른숲 씨어터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으며, 푸른숲 씨어터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도 개방하여 연극 연습을 위한 공간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교육극단 푸른숲’의 단원들은 전, 현직 교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육적 관심을 중심에 담고있는 것이 엄연하나, 단원 자격에 특별한 제약을 두고 있지는 않으며, 오히려 열린 활동을 통하여, 관련 전공자,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단원이 힘을 모아 순수 비영리 공연 단체로서의 활동을 꾸려나가고 있다. 1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단원 구성은 ‘교육극단 푸른숲’ 특유의 강점으로, 실제 작품에서 관객과의 원활한 소통에도 크게 기여한다. 창단부터 함께해온 변중희, 박동준, 이지향 선생 등 창립단원이 여전히 왕성하고, 강형원, 김주희 등 신예의 활동도 촉망된다. 전문인 상임 스탭으로 분장 김수경, 조명 이후림, 음악 이성현 등의 조력도 든든하다.

올해로 18년째를 이어오는 극단의 엷고 질긴 힘으로

‘교육극단 푸른숲’은 여전히 꿈꾼다.

푸른 숲, 맑은 공기와 싱그런 바람이 흐르는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지는 자연의 품처럼,

연극이, 예술이, 삶이 태어나 자라고 사라지는 아름다운 품이기를.

‘교육극단 푸른숲’이기를..

✿ 공연연혁

2000년 2월,  창단공연 “굿닥터(Good Doctor)”

여해문화공간, 닐 사이먼 작, 김미미 연출

2001년 2월,  제2회 정기공연  “우리읍내(Our town)”

여해문화공간, 손톤 와일더 작, 이지향 각색, 연출

2002년 2월,  제3회 정기공연  “우상의 눈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전상국 원작, 최현정 각색, 이지향 연출

2003년 2월,  제4회 정기공연  “조만득씨”

한성아트홀, 이청준 원작, 황세희 연출

2004년 2월,  제5회 정기공연  “특용작물 양귀비”

새이웃소극장, 최현정 작, 연출

2005년 2월,  제6회 정기공연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새이웃소극장, 세익스피어 작, 김 광 각색, 연출

2007년 9월,  제7회 정기공연  “플레이 햄릿(play Hamlet)”

씽크아트홀, 세익스피어 작, 이지향 각색, 정상식 연출

2009년 2월,  제8회 정기공연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새이웃소극장, 서현철 작, 김 광 연출

2010년 2월,  제9회 정기공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새이웃소극장, 톨스토이 원작, 최현정 각색, 이지향 연출

2012년 2월,  제10회 정기공연  “개순이”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이지향 작, 김 광 연출

2013년 2월,  제11회 정기공연  “개미”

게릴라극장, 이지향 작, 연출

2013년 8월,  제12회 정기공연  “개미”

연우소극장, 이지향 작, 연출

2014년 2월,  제13회 정기공연  “사흘”

연우소극장, 이지향 작, 홍경아 연출

2015년 2월,  제14회 정기공연  “리어는”

연우소극장, 이지향 작, 연출

2016년 2월,  제15회 정기공연  “나무”

연우소극장, 이지향 작, 김 광 연출

2017년 2월,  제16회 정기공연  “6호실”

연우소극장, 안톤 체호프 원작, 이지향 각색,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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