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과서? 연극 디지털 교과서!

이연심(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책이라면 학교 공부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미지 출처: 경남신문(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27612)

우리에게 교과서는 어떤 존재인가? 교과서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교과서를 빌리러 이 학급 저 학급으로 뛰어다닌 경험을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교과서 모서리에 만화를 그려 놓고 활동사진처럼 빠르게 돌려보는 놀이를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학습의 도구이든 놀이의 도구이든 교과서는 예나 지금이나 학창시절의 절대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이라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책은 각종 교과서가 아닐까? 세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했을 교과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종이책이다.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상상하고 추론하는 책. 그런데 우리는 왜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을까? 교과서가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그래서 시각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라면, 일방적으로 담겨진 이야기를 읽는 책이 아니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책이라면 학교 공부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이슈가 등장하면서 교과서의 역할과 모습도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교과서는 종이책의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교과서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한번 나온 종이 교과서는 시의성 있는 자료나 내용의 보충, 보완이 어렵고,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 학습내용과 방법을 전달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개발하는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애써 개발한 교과서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기엔 역부족인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참고로 하여 자신이 직접 새로운 자료를 개발하고, 그것을 다시 교과서 내로 가져와서 수업시간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자료 개발 능력이 때로는 매우 중요한 교사 역량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런 교사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교육부나 교육청 단위에서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하기도 한다. 교과서가 담지 못하는 영상이나 참고자료, 학습자료, 활동지, 교수・학습 방법이나 평가 방법 등 수업 시간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자료들이 제공될 수 있으니 교사의 입장에서는 교과서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자료를 개발하는데도 여러 사람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극 교과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극 교과서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여 개발된 지 어언 8년, 그 사이 교육과정이 개정되어 일부 과목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보완되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경되기도 하였다. 또 교과서를 보완할 수 있는 교수・학습 자료를 과목별로 개발하여 보급하기도 하였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종이책 형태의 교과서의 한계를 뛰어 넘고 연극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형 교과서……

이쯤 되면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처음부터 연극 공부를 할 때 필요할 것이라 예상되는 충분한 자료들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면 될 것을 왜 두 번 개발하는 것일까? 그렇다. 처음부터 별도의 교수・학습 자료가 필요 없는 교과서를 만들면 될 일이다. 보고 싶은 희곡과 공연 영상을 언제든 볼 수 있고, 작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 들추어 볼 수 있고, 발음, 발성, 휴지, 억양, 고저, 장단 등의 대사 훈련의 규칙이나 이완과 수축 등의 동작 훈련 규칙을 실제로 듣고 눈으로 보고 따라 할 수 있다면 연극 공부가 얼마나 풍성해질까?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나의 대사와 동작을 동료나 선생님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연극 교과서 개발자들이 늘 꿈꾸는 교과서가 이런 교과서이다.

이미지 출처: 미래 한국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551)

꿈?

꿈이 아니다. 앞으로 연극 교과서는 이런 책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종이책 형태의 교과서의 한계를 뛰어 넘고 연극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형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사실 교육부는 2007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물론 일부 교과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2017년까지 시범 적용하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강민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의 디지털 교과서 관련 소요 예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개발・보완에 509억여 원, 플랫폼 운영에 68억여 원, 총 577억여 원이었다고 한다(자료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ockPqZeYQ4 ). 초등 사회/도덕, 과학, 영어 교과군 교과서 20책, 중등 사회, 과학, 영어 교과군 교과서 8책, 고등 영어 교과군 5책을 개발하였으니(자료출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디지털 교과서 국 검정 구분 수정 고시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141&boardSeq=82253&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40401&opType=N), 단순 계산으로도 1권 당 16~17억의 예산이 소요되었다는 건데 교과 형평성과 시청각 자료가 절실한 연극 교과의 입장에서 보면 참 서운하기 그지없다.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책 교과서보다 정말 연극 공부를 하는데 유리한가를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교과서는 또 개발될 테니까.

이미지 출처: 교육부

교육의 평등이란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차별화하는 것, 학생들이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과서 정책은 평등하지 않다. 교과의 근간이 되는 모 학문과 교과의 특성을 반영하여 교과서의 형태와 개발 방법은 차별화하여 맞춤형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 평등한 교과서 개발 정책일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를 개발할 때 교육부는 ‘이 과목은 어떤 형태의 교과서가 적합한가?’를 물어봐야 하고, 그에 맞는 개발 예산을 책정하고 개발 정책을 운영하여야 한다. 연극 예술의 특성상 공연 영상도 필요하고, 대사나 동작 훈련 등의 실기 수업에서는 시청각 자료가 필수이므로, 연극 교과서 개발자들은 2013년부터 교과서를 개발할 때마다 어떤 형태이든 교과서와 함께 개발할 수 있도록 교과서 연구 재단, 교육청, 교육부 등에 교과서 개발 정책 보완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언제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예산의 문제나 교과의 형평성 문제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2007년부터 디지털 교과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발하고 연구를 해왔다니 눈을 더 크게 뜨고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우리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것인지, 그때 우리의 현실이 끈질기게 피력하고 쫓아다닐 여력조차 없었음을 자조해야 하는 것인지 또다시 복잡한 심경이다. 지난 시간이야 어찌되었건 미래를 얘기하자는 것이니 푸념 같은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고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책 교과서보다 정말 연극 공부를 하는데 유리한가를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교과서는 또 개발될 테니까….

디지털 교과서는 쌍방향성 정보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 특성이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기능>
이미지 출처: KERIS

교육부가 현재까지 개발한 디지털 교과서는 멀티미디어 자료의 하이퍼링크, 실감형 콘텐츠(AR/VR자료), 참고 자료, 용어 사전, 자료 검색 등 종이 교과서가 담지 못하는 풍부한 자료를 담을 수 있고, 종이 교과서가 갖고 있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연극 교과의 특성상 최신의 공연 정보, 영상 등 시의성이 있는 자료의 보완이 아주 민감한 부분인데, 우선 이것이 해결된다. 학생들의 학습관리 차원에서는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도록 보충 심화・학습 자료뿐만 아니라 평가 문항도 제공하고 학생이 원하는 내용을 스스로 제작, 편집, 출력할 수 있는 기능도 있으며, 자신의 대사를 녹음하여 친구들이나 교사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영상 녹화의 기능은 보강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종이 교과서가 정보의 양이 한정적인데다 일방향성의 정보를 담고 있어 지금과 같은 정보통신 환경에서는 참 이질적인 수단인데 반해, 디지털 교과서는 쌍방향성 정보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 특성이 있다 할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PC, 태블릿 PC, 스마트 패드나 폰을 사용해야 하는 기기 보급의 문제나 콘텐츠 제작 시 발생하는 저작권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지만 예산 대비 효과성이나 만족도를 고려하면 치명적 장애가 될 수는 없다.

이미지 출처: 경북 매일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03529)

상상해 보자. 종이 교과서에 그려져 있는 돌출 무대그림을 보며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상상하는 것과, VR자료를 활용하여 관객이 꽉 차있는 글로브 극장 무대에 서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실제로 체감하는 것! 이들의 학습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교과서에 포스트잇을 붙여 메모를 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는 것과 똑같은 기능도 있다. 아울러 교과서 학습 커뮤니티와 연결하여 자신이 메모한 것을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공유할 수 있고, 과제도 제출할 수 있다. 나의 대사 읽기를 공유하여 피드백을 받는 것도 실시간으로 가능하고, 자신의 메모한 것만 따로 정리하여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도 있어 혼자 공부 할 때도 효과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2! ……연극 교과서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교과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이미지 출처: 에듀프레스(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6414)

코로나 팬데믹 2년! 교육계에서는 원격수업의 본격화로 여기저기에서 디지털 학습 자료의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병행되는 학습 방식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미래 교육과정에 대한 대국민 설문(https://www.eduforum.or.kr/homepage/participation/guide )을 진행하며, 국가와 교육청이 지원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코로나는 우리 교육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많은 학자들은 이 변화는 불가역적이어서 코로나가 끝나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우리 연극 교과서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교과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 늦어지기 전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