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진흥의 기반 확립

오세곤

1. 예술 진흥의 중심 이동

예술은 국가의 필수 요소이다. 그래서 헌법에서도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지원(支援)의 사전적 의미는 “지지하여 도움”이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에 대해서는 지원은 보조 수단일 뿐, 중심은 그것을 지키고 진흥시키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이래 예술은 계속 지원의 대상이었다. 소위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도와주는 형식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예술을 무너뜨렸으니, 불공정, 불합리, 부정확, 이 세 단어는 우리 예술 지원의 참담한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불공정: 카르텔/양극화/편중/기울어진 운동장/그들만의 리그/부익부 빈익빈/상호 불신불합리: 허술한 지원 설계/비예술적 평가기준(언론노출·흥행실적·수상 등 기존 성과 치중)부정확: 평가 역량 미흡(오히려 권위적)

따라서 이제 예술 진흥의 중심은 지원이 아니라 예술가가 생산한 작품을 국가가 구매하고 예술가는 당당하게 인건비를 받는 것이 되어야 하며, 지원은 예술 진흥을 위한 보조 수단이 되어야 한다.

2. 극장의 정상화

극장의 중심은 예술가들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극장(문예회관, 예술의 전당 등)에는 예술가가 없다. 극히 일부 극장에 전속 단체가 있지만 예술가들은 거의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상태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전국에 255개나 되는 문예회관에서 1년에 7천 5백억 원이라는 예산을 쓰고 있지만 그 중 예술 창작 내지 예술가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은 극히 일부분이다. 참고로 독일의 예를 들자면 예술직과 기술직, 행정직의 비율이 42:42:16이며 예산은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

공공극장은 시설이 좋다. 그러나 자체 제작 없이 작품을 구매해서 채운다. 정상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 재하청, 저가 입찰의 방식이다. 실례로 한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방방곡곡’ 사업만 보더라도 합당한 제작비를 책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흥행에 성공한 작품,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 등 관객 모으기에 유리한 작품만을 선택받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민간 극장은 대부분 시설이 열악하다. 국민들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작품을 볼 권리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 국민들은 질 좋은 작품을 많이 보아야 한다. 공공극장이 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공공극장에는 우선 전속극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극단을 상주단체로 두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는 상주단체 제도는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극장은 상주단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일반 민간단체 대관도 아직은 소극적인데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공극장은 전속극단은 물론 상주단체나 대관단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지원은 당연하고 기획, 홍보, 마케팅 등 민간단체들이 취약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여 공연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극단 소속 인력의 주된 업무가 되어야 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3.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전 국민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학교의 경우 초중고의 3분의 1 정도의 학생만 1주일에 1시간 정도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이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법에 학교로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간헐적으로 시범적 실시가 이루어질 뿐이다. 또 학교 이외 일반인들의 경우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극히 일부만 문화예술교육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런 일을 책임지는 예술강사에 대한 처우는 매년 뉴스에 크게 오르내릴 정도로 열악하다. 국가의 의무로 되어 있는 일을 책임지는 예술강사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은 양질의 교육을 위한 첫 단계임을 명심하고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예술강사 처우 개선을 바탕으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규모도 전국 모든 학생들이 주당 2시간 정도 받는 것을 목표로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문화예술교육도 모든 국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술강사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전국 1만여개의 초중고, 5만개에 이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빠짐없이 예술강사를 파견하려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3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가야 한다. 또 학교 밖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읍면동 또는 더 작은 단위에서 연고 예술인 및 예술단체를 지정하여 문화예술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직접 체험하는 것만큼 좋은 작품의 관람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으로 제공되는 작품은 장소의 미비 등으로 대부분 질적 수준이 낮다. 즉 감상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보다는 안 좋은 인상을 받아 예술 체험에 대한 욕구마저 저하시키기 일쑤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좋은 시설의 극장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을 자주 방문해서 전속단체나 상주단체, 또는 민간단체들이 제작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학교에도 가능한 한 좋은 시설을 많이 만들어야 하며, 작은 마을까지도 작지만 좋은 시설을 갖추도록 해서 다양한 방식의 감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4. 예술위원회와 문화재단의 재설계

현재 한국예술위원회는 정책 기능은 거의 없이 문예진흥기금 집행 내지는 지원사업 실행기구가 되어 있다. 문화재단 또한 행정과 자체 사업 중심으로, 심지어 예술현장과 공모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등, 실제 예술 진흥에 별 기여를 못 하고 있으며, 지원 예산의 대폭 삭감 등 대단히 중요한 정보마저 예술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에 중앙의 예술위원회는 정책 생산 등 커다란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부 산하 기관이 아닌 국가예술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장르별 위원회, 지역별 예술위원회도 하나의 방향으로 고려할 만하다.

그러면서 실제 사업 예산은 문화재단에 넘겨 집행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문화재단의 대폭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자체에 예속된 경우가 많고, 소위 퇴직 공무원 등의 회전문 인사, 또한 지역 내 카르텔의 폐단이 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 개선 방향>

-문화재단은 지역 예술계의 특성과 취약점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전문성 확보와 카르텔 방지를 위한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기획, 홍보, 마케팅 등 예술 현장의 취약한 부분의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공모 사업에 직접 응모할 게 아니라 지역의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의 응모를 도와야 한다.-지역 내 예술 진흥을 위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지자체 예술 진흥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논리 마련 등 효율적 노력을 해야 한다.

5. 지원의 기조 전환

예술 진흥의 보조 수단으로서 지원 정책은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예술인들은 대부분 정체성이 확실하고 자비로라도 창작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반면에 공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애써 창작한 작품을 발표할 기회마저 편중되게 허용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가장 시급한 것은 보편적인 기회의 확대, 즉 보편지원이며,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자존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간청해야 지원해주는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예술에만 집중하느라 지원 사업의 신청 방법은 물론 그 존재도 모르는 예술인들까지 샅샅이 찾아서 지원하는 이른바 발굴지원일 것이고, 또한 지원기관들이 행정 편의적으로 제시하는 틀에 맞춰 서류를 내고 심사를 받고 하는 것이 아닌 예술인들의 여러 사정에 맞춰 조정해 지원하는 이른바 맞춤지원일 것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6. 권익과 복지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고 최근에는 예술인고용보험까지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복지는 여전히 초라하다.

근본적으로는 예술이 좋은 직업이 되어야 한다. 우선 안정된 일자리가 많아야 하고, 고정된 일자리가 아닐 경우 기본 소득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예술을 공공재라 할 때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일종의 공공근로로 보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개념도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데 대한 인정과 존중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당장 최근 시작된 고용보험만 보더라도 과연 제대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단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결국 많은 영세한 단체의 대표들이 범법자가 되고 말 거라는 우려마저 있는 실정이다.

또 고용보험 지원을 비롯한 예술인 복지 예산에 대해서도 결국 문화예술 예산 안에서 쓰이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예산 포함 예술인 복지는 복지부가 주도하고 예술인 고용보험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며 이런 일에 모두 문화부가 함께 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예술인복지재단 역시 문화부 산하를 벗어나 독립적인 기구가 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사회보험

우선 이제 막 시작된 예술인 고용보험을 포함하여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빈 곳을 적극적으로 채우는 자세가 필요한데, 고용보험에 대해서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의 주체인 문화예술위원회나 문화재단들, 지자체들이 사용자가 되어 0.8%를 부담하고, 열악한 연극계 현황을 고려하여 사업자 역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영세한 극단의 경우 이에 대한 보완을 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산재보험도 의무화하고 마찬가지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계약 및 인건비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표준계약서 개발 및 의무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고, 계약의 성격을 용역이나 도급이 아닌 근로계약으로 일원화해야 하며, 연극 분야 인건비 표준 마련 및 정착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스타 한 명의 개런티가 나머지 모든 참가자의 개런티 합계보다 많은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한 개런티 상하한제도 도입해야 한다.

생활안정

그리고 창작을 포함하여 연극인의 삶 전반에 대한 상담과 각종 신청을 도울 지원센터도 설립하고 잠시 거론되다가 사라져버린 예술인 공제회나 금고도 다시 의논하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연극인 자녀에 대한 장학 지원과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연극인 거주 지원,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서울 2군데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은 탁아소 운영도 필요할 것이다.

연극인 판별

그런데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연극인을 판별하는 기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 현상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을 자격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었다. 예술인 증명이 아니라 활동증명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보아도 국가가 예술인을 판별하는 기준을 정교하게 발전시키지 않고 방치해 오다 갑자기 급해지니 유일하게 공식화되어 있는 예술활동증명에 과하게 의지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따라서 예술인을 판별하는 기준을 제대로 세워볼 필요가 있는데, 연극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을 득한 연극인 명단 외에, 연극 관련 여러 협·단체(한국연극협회, 민예총 또는 한국민족극운동협회, 한국연출가협회,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한국무대미술가협회 등)의 회원 명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연극분야 예술강사 명단, 연극분야 문화예술교육사 취득자 명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신청 현황, 광역 및 기초단위 문화재단 지원 신청 현황, 광역 및 기초단위 예술 관련 부서 지원 신청 현황, 축제 등 행사 참여 현황, 광역 및 기초단위 공공 및 민간 시설 활동 현황 등을 근거로 대상을 확인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 개별적으로 등록하거나 직접 수집하는 방법까지 더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명단 포함 정보를 전달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으므로 적절한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자체나 예술 관련 기관 및 시설 등과 치밀한 네트워크를 조성한 뒤 홈페이지나 홍보물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예술인의 활동 여부를 인증하고 그것을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그대로 인정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첨언하자면 현재 시행 중인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에는 협력 협·단체를 지정하고 그 협회나 단체를 통한 증명 신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미투, 위계폭력 퇴출

연극계에서 미투와 위계 폭력이 크게 문제되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안 되었지만 가해자, 연루자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거나 복귀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 따라서 미투 및 위계 폭력 사태에 대한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이들의 복귀 희망에 대해 그 지역 연극협회조차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시립, 도립, 국립과 같은 공공단체 소속이 아닌 한 징계가 불가능한 게 예술 분야의 특성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하고, 일부 단체나 개인이 선언하듯 문제인물과 협업을 안 한다고 해결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불편해도 공론화를 통해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방지 교육도 당연히 체계적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연극계 협회들(한국연극협회, 민극협, 각 단위협회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공공 언론, 시상, 공적 지원 등에는 의무적으로 문제 정도에 맞는 원칙 적용이 필요하다. 물론 민간단체들의 자발적 적용도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시급히 사건 발생과 처리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여 백서 등으로 남기고, 세밀한 처리 기준과 원칙도 마련하여 발표해야 할 것이다.

예술인 권익보호센터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예술활동증명, 보험 가입 등에 대해 몰라서 못 했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절차 안내와 서류 준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폭력, 부당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아줄 수 있는 ‘예술인 권익보호센터’ 같은 조직 내지 기관을 반드시 설립할 필요가 있다.

7. 평가체계 확립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말은 특히 예술정책에 해당된다. 예술에 대한 평가는 전문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술 평가 역량은 전반적으로 대단히 취약하다. 그 중에서도 연극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평가 능력이 약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불필요하게 권위적인 현상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우선은 수집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한 정량평가와 다면평가(앞선 항목에서 잠깐 예로 든 것처럼 관객평가단과 전문평가단 또는 특별목적평가단 등)를 결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최종 판단은 철저한 과정의 공개를 전제로 당연히 전문평가자가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전반적인 평가 역량이 강화되면 점진적으로 전문가의 평가만으로도 결정이 가능한 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철저한 평가 자료 축적 및 객관화, 평가 지표 논리화 및 상세화, 평가 결과 활용 능력 강화(목적 및 방향에 따른 지표별 적용 비율 적용 등) 등의 일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연극자료실 운영

평가의 토대로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연극 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 분류, 통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활용이란 우선 평가를 위한 자료 제공이 있을 것이며, 연구는 물론 ‘발굴지원’을 위한 자료로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극자료실을 만들어 작품 수집 및 보관은 물론 국내 및 해외 대상의 아트 마켓 등 다양한 발표의 장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앞서 보편지원으로서 영상 촬영 지원이나 뉴딜 사업으로서 제작한 교육용 영상 콘텐츠도 탑재하여 제공하는 디지털 연극기록관도 가능할 것이고, 작고한 연극인들을 포함하여 일종의 기록관 역할을 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연극계에 거대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의미로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공유회 및 상호평가

보편지원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른바 선택과 집중 지원의 대상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연극인들의 공유회 활성화도 시도할 만하다. 이 경우 앞서의 다면평가 결과와 함께 공유회 참여 연극인들 간의 상호평가 결과를 결합하여 향후 추가 지원 대상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한 단계보다는 여러 단계를 거쳐 계속 추려나가는 방식이 적당하다.

각종 평가지표 개발

작품 평가뿐 아니라 극단 평가를 위한 역량도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용도에 맞는 평가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작품에 대해서는 앞서 다면평가 방법을 제안했지만, 개별 사업이나 극단 운영에 대해서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위계 폭력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의 실시 여부라든가, 서면 계약서 작성 의무의 준수 여부, 표준인건비 지급 여부, 단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여부, 안정된 레퍼토리의 수, 신작 개발 노력의 정도 등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8. 코로나19 피해 보상

연극은 오랜 시간 연습해서 공연한다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특히 심한 분야이다. 국·공립극단들이나 제작비를 지원받은 단체들은 준비했던 공연을 못 해도 미리 책정된 예산이 있으므로 참여자들에게 수고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민간단체들의 경우 몇 개월 연습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한다면 참여자들에게 수고한 대가를 지급하지 못 하는 것은 물론 준비과정에서 들어간 경직 경비로 인해 큰 빚을 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연극계는 전반적으로 기반이 붕괴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공연에 차질이 있었던 연극 단체들에 대하여 사례별로 세밀하면서도 충분한 보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연극 분야가 다시 활력을 찾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준비를 마친 뒤 공연을 포기했을 경우 제작비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보상해 주어야 하며, 이하 다른 경우들도 각각 추정되는 결손 부분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 또 실제 연습을 시작하지 않은 경우는 금전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단체 및 참여 예정자들에 대한 경력 산정에 대한 특례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도 바람직하기는 극단이 활동을 못 한 것 자체를 심각한 손해로 간주하여 이 극단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제작 규모가 크고 상업성이 높은 단체에 대해서는 보상과 융자(저리 또는 이자 감면)를 결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9. 법의 정비

문예진흥법이 누더기법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바 공연법 등 세부적인 법들도 낡고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도 비교적 안전한 극장을 서로 섞여 춤을 춘다든가 하는 다른 공연 시설과 동일한 범주로 묶어 놓은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할 사항이다.

마찬가지로 문예진흥법이나 공연법이라면 당연히 창작자나 실연자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하건만 기획이나 안전관리만 있는 등 법이 왜 있는지 기본 철학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시급한 부분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관련 법률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은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에 있어서 무엇보다 앞서 거론한 예술 진흥의 중심 이동이나 지원의 기조 전환, 예술위원회와 문화재단의 역할, 공공극장의 운영 방식 변화 등을 위한 예산과 제도 마련의 근거가 분명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10. 연극 뉴딜 사업

앞서 연극 뉴딜 1-4를 제안한 바 있다. 뉴딜 1은 광범위한 국공립극단의 설립, 뉴딜 2는 매년 연극 1000편에 대한 보편지원, 뉴딜 3은 학교연극교육을 위한 연극예술강사 10000명과 사회연극교육을 위한 연고극단 1000개 지정, 뉴딜 4는 연극 교육을 위하여 매년 연극 작품 100편을 영상콘텐츠로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뉴딜은 시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연극인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전 국민이 어려서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연극을 하면서, 또 보면서 즐기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민의 전반적인 행복 추구를 위해서, 또 표현과 소통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사회적 역량을 높이는 데 있어 연극은 분명 대단한 기여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연극인이 활발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또한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로써 자신과 가족을 능히 부양하는 이른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연극에도 본격적인 뉴딜이 필요하다. 그것은 코로나19로 맞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는 대단히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One thought on “연극 진흥의 기반 확립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더 많은, 또한 깊은 논의가 진행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