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사회 통합적 기능에 따른 문화예술 경영의 새로운 접근

오세곤(연극평론가)

예술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예술은 “특별한 재료, 양식, 기교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며, “공간예술(회화, 조각, 건축), 시간예술(시,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종합예술(영화, 연극, 오페라) 따위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사전에는 ‘아름답다’를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또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하다.”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는 으레 갈등이 있다. 가장 큰 것으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전쟁이 있다. 갈등의 원인도 갖가지다. 돈, 자존심, 이념, 영토, 민족, 역사, 심지어 종교 때문에도 싸운다. 인간을 포용해야 하는 종교까지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어떤가? 그것으로 ‘즐겁고 만족’한 상태가 가능하다면 과연 그것 때문에 또는 그것 안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까? 사실 학문적 근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에서는 ‘아름답다’와 ‘아름’을 같은 어원으로 이해하고 싶다.

어쨌든 ‘아름다움’이 그 안에 능히 모든 인간을 갈등 없이 포용할 수 있고, 그 ‘아름다움’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예술’이라 한다면 ‘예술’ 또한 갈등 없이 모든 인간을 포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물론 예술품이 돈이 되고 그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까지 해결하라면 그건 과한 주문이다.

‘예술의 사회 통합적 기능’은 이렇게 그 근거를 확보한다.

1. 문화예술

21세기 들면서 부쩍 ‘문화예술’이라는 어휘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문화예술’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앞서 ‘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살펴보았다. 그럼 문화는 무엇인가?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위에서 보듯 ‘문화’는 자연 상태를 벗어난 것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습득하고 공유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란 인간의 생활 곳곳 어디든 존재하며 무수히 많은 합성어를 만들어낸다. 음식문화, 의류문화, 주거문화, 음주문화, 생활문화, 출퇴근문화, 보행문화, 놀이문화, 여행문화, 토론문화, 학교문화, 직장문화, 군사문화 등등.

또한 ‘예술’도 의식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작위적 활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따라서 역시 자연 상태를 벗어나 있다 하겠다. 즉 ‘문화’와 ‘예술’은 모두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자연 상태를 벗어난 활동이다.

그럼 ‘문화예술’은 무엇인가? 보통 예술 장르를 구분할 때 OO예술이라고 하는데 그런 종류인가? 그건 아닌 듯하다. 공간예술, 조형예술, 시각예술, 시간예술, 종합예술, 공연예술, 연극예술, 영화예술, 무용예술, 문학예술 등의 단어와 문화예술은 분명 다른 조합이다. 아마도 이 혼동의 최악은 문화예술을 줄여도 ‘문예’가 되고 문학예술을 줄여도 ‘문예’가 되는 데서 발생할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은 ‘문화’와 ‘예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 이 둘은 왜 붙어 다니는 것일까? 여기서 둘 사이의 관계를 좀더 적극적으로 설정해 볼 필요가 있으니 바로 ‘문화예술’은 ‘예술을 토대로 하는 문화’라는 해석이다. 그렇다. 예술은 한 사회공동체가 유지되는 문화적 토대가 된다. 이에 있어 과거 고구려 패망 후 당나라와 부흥 세력 간에 고구려 유민 중 특히 예인과 장인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예술’이 ‘기술’과 함께 국가의 근간임을 증명하는 좋은 증거이다.

어쨌든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모두 의식을 하든 안 하든 그 사회가 축적하고 생산한 문화예술적 토양 속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영위해간다. 그러니까 바로 일상적 삶의 질을 지정하고 보장하는 것, 즉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삶을 사는지의 기준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그런데 예술과 문화는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점진적으로 변화할 때 그 예술이 문화의 뿌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예술과 문화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유입과 심각한 파괴를 겪었고, 그래서 예술이 문화의 바탕으로 버텨주는 건강한 상태가 아닌, 엉뚱한 곳에 뿌리를 박고 유해 여부마저 불확실한 양분을 마구 빨아들이는 기형의 문화와, 그 줄기와 잎으로부터 산소와 햇빛을 전달받지 못 하는 시한부 인생 같이 병약한 예술이 별도로 존재하는 기이하고 위험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으니, 지금 우리가 접하는 예술의 총체적 붕괴 상황은 바로 그것이 현실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문화’와 ‘예술’은 설령 그것을 두 개의 다른 단어로 본다 해도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 하겠다. 특히 예술이 문화를 받쳐주지 못 해 문화의 품격이 낮아지고 그게 다시 예술을 약화시킨다는 이 순환구조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례로 문민정부 시절 누군가가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현대 자동차 100만대 판 것과 동일한 수익을 올렸다.”라고 하는 말이 대단한 힘을 발휘하면서 ‘문화산업’의 붐이 일었지만, 그것이 예의 순환구조를 정확히 이해 못한 채 나온 구호였기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 했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다.

사실 여기에는 매우 위험한 오해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즉 미국 영화가 그만한 성과를 내게 된 배경에 오랜 시간 국가와 사회가 꾸준히 벌인 눈에 잘 띄지 않는 엄청난 투자가 있었음을 간과하였던 것이다. 즉 문화가 거대 산업으로 발전하여, 문화산업 자체가 국가경쟁력을 주도하고, 한 사회의 발전 뿐 아니라 성숙 정도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했지, 이미 예술적 성숙 없이는 경제적 성장도 불가능한 시기에 도달했다는 본질적 이해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문화’와 ‘예술’이 이루는 순환구조를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치밀한 계획과 실천, 즉 ‘올바른 경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2. 예술과 삶

체육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굳게 자리 잡았다.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대중들이 운동을 하며 또 보며 즐기는가? 물론 몇몇 특수 종목은 ‘보는 체육’에 그치고 있지만, 그 또한 경제력 향상 등에 힘입어 급속히 ‘하는 체육’이 활성화하고 있다.

이제 누구도 그 체육을 노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 ‘놀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놀다’에서 파생한 말로 ‘놀이’가 있고, 이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아니 동물에게까지 대단히 중요한 교육의 방법이요, 삶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은 ‘놀이’와 관련이 깊다. 물론 연극은 그대로 ‘놀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음악과 미술과 무용과 영상 역시 ‘놀이’에서 출발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도 그림이 있었고 노래가 있었고 춤이 있었고 지어낸 이야기가 있었고 역할 놀이가 있었다. 그것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재료나 매체를 변화시켰고 그 끝에 영상예술이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규정하며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문화와 함께 예술을 강조한다. 문화산업이니 문화 콘텐츠니 하는 단어에도 반드시 예술이 함께 등장한다. 맞다. 예술은 문화의 품격을 보장하는 토대로서 창의력 향상에 절대적이고 그 창의력은 여러 모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그러나 그런 계산으로만 예술의 존재를 존중한다면 그건 너무 근시안적 발상이다. 인간에게 예술은 삶 그 자체이다. 공기와 물처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근본 요소이다. 우리 선조들은 그것을 잘 알았기에 국가 위기의 상황에서조차 예술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앞서 말했듯 고구려 패망 뒤 부흥세력과 당나라 간에 펼쳐지는 유민 쟁탈전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예인과 장인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주 거론되는 예술적 품격에 대한 오해가 없어야 한다. 근세 100년을 거치면서 예술과 대중이 괴리된 우리의 예술 환경이 바로 그런 오해를 낳게 했다. 즉 예술은 학교에서나 배우는 고매한 것, 또는 시험에나 나오는 딱딱하고 어려운 것, 돈많고 지체높고 여유있는 상류층에서나 즐기는 사치스러운 것, 이런 것이야말로 예술에 대해 반드시 불식해야 할 오해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가무를 즐기던 수준은 대단히 높았을 것이다. 즉 많은 이들이 알고 즐겼으니 분명 대중적이라 하겠지만 그 대중이란 단어가 예술적 수준이 낮거나 품격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소위 귀명창이 많은 전라도에 가서 공연할 때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다는 소리꾼들의 고백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삶 속에 예술이 자리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자아와 자존감이 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자 주장이 강해지고 그러면 사회 통합과는 정반대가 되는 것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렇게 까다로운 구성원은 그 사회의 건강을 보장해준다. 각자 자기 생각이 분명해지면 적어도 무비판적으로 대중매체 등에 휩쓸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부화뇌동에 의한 불필요한 고집이 아닌 정확한 분석에 의한 분명한 주관이 형성될 것이다. 그래 언뜻 일사불란한 듯하지만 결국 더 커다란 갈등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생활 속의 예술

이제 진정한 사회 통합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활 속의 예술’을 꿈꿔 본다. 예를 들어 ‘생활 속의 연극’이라면 골목에서 아파트에서 모두 시민들이 쉽게 연극을 하고 또한 아파트 같은 동 주민들이, 또는 한 골목 주민들이 모여 그걸 보고 함께 즐기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를 위해 다양한 대본, 즉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연극대본, 자식들이 부모들께 보여주는 연극대본,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는 연극대본, 노인들을 위한 연극대본, 장년층을 위한 연극대본, 주부를 위한 연극대본, 청소년을 위한 연극대본, 어린이를 위한 연극대본, 직장인을 위한 연극대본 등이 제공되고, 장치, 조명, 분장, 의상, 음향 등 공연을 위한 간편한 시스템이 공급된다면, 더불어 이 모든 것을 지원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시스템이 존재한다면, 그래 누구나 쉽게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고, 집에서든 동네 공터에서든 실제 공연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래 그것이 주말 문화건, 저녁 문화건 일반 대중들의 삶 속에 굳건히 자리 잡는다면, 그럼 우리네 삶이 지금보다 얼마나 풍요로울까 생각해 본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무용도 뜨거운 뙤약볕 아래 마스게임 연습을 하던 제도권 무용의 괴로운 기억과 결별하고 즐거운 삶의 일부로서, 아니 삶 속에 풀려 삶 전체를 즐겁게 하는 액기스로서 춤의 존재를 확립해야 한다. 그래 적어도 스스로를 몸치라 여기는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 누구나 가락이 있으면 절로 몸이 움직이는, 누가 있든 없든 쑥스러워 몸이 굳는 장애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 생활 속에 능히 자리 잡을 쉽고 즐거운 춤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앞서 연극의 예처럼 그것을 지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전문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 더 이상 전문예술로서의 무용과 일반 삶속의 춤이 전혀 별개로 존재하는 기이한 상태가 아닌 고난도의 무용부터 일반인들이 쉽게 즐기는 춤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래 아주 단순해도 예술적 품격을 갖춘, 물론 이 품격은 앞서 말했듯 고답적 의미의 품격, 즉 일반인을 배척하는 품격은 결코 아니다. 그래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그래 춤을 추는 이나 그걸 보는 이나 누구나 즐거울 수 있는, 그래 남 추는 것을 보다 이내 한 덩어리가 되어 같이 춤출 수 있는 그런 춤 생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음악도 국악이건 양악이건 일반인 속으로 파고들려면 반드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적어도 대학 진학을 위해 달달 암기하던 음악의 기억은 사라져야 한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불어대도 소리가 안 나던 너무 어려운 악기의 악몽 또한 없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입만 대면 술술 소리가 나오는 쉬운 악기로 개조되어야 하고, 주머니 사정을 고민하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는 저가 보급형 악기도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수많은 노래방이 말해주듯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이 환경과 전문예술로서의 음악이 결코 별개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앞서 무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상호 연결되어 상호 환경이 되는 상태만이 예술로서의 음악이 일반 대중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에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예술로서의 음악 또한 그러한 상태에서만 영원히 존속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제 거대한 국공립 단체보다는 주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만한 작은 예술단체들을 염두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 필연코 그 단체들은 예술 활동과 일반인을 위한 교육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즉 학교, 공터, 사업체, 지하철 역 등 주민들의 삶 속에 공연을 접하도록 하는 소위 찾아가는 문화 활동으로서의 공연행위뿐 아니라, 연극교실을 통해 노인, 주부, 직장인, 학생, 장애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쉽게 연극하는 법을 전수하고, 그렇게 훈련을 받은 이들이 자기 동네에, 자기 학교에, 자기 직장에 일종의 연극 동아리를 만들도록 돕고, 그들이 평소 연극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고, 정기 행사로 그들이 모이는 연극제를 개최하는 등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하는 등의 계획이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왜 꼭 구 단위에서만 가능하겠는가? 읍면동 단위는 물론 리 단위에서도 안 되란 법이 없다. 또 이것이 가능한 게 왜 꼭 연극뿐이겠는가? 무용도, 음악도 모두 가능하고, 나아가 미술도, 영상도 모두 가능하다.

바야흐로 이제 우리는 ‘생활 속의 예술’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 즐거운 삶 속에, 그런 가운데 국민 전체의 정신 건강이 향상되고, 나아가 창의력이 향상되고, 그래 결국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는 그런 행복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4. 문화예술경영

현대사회에서 ‘경영’이라는 어휘는 곧잘 ‘경제적 가치’나 ‘산업’ 등의 표현과 연결된다. 그렇게 볼 때 ‘문화예술경영’은 ‘문화산업’, ‘예술산업’, ‘문화 콘텐츠’ 등과 동일한 맥락의 복합명사이다. 물론 혹자는 ‘문화’나 ‘예술’을 ‘경제적’ 시각에서 보려는 이 시도를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문화예술’에 대한 모독이나 경박한 천민자본주의의 산물쯤으로만 여기고 무시해버려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경영’은 “기업이나 사업을 관리하고 운영함.” 또는 “기초를 닦고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해 나감.”으로 풀이된다. 즉 구체적인 기업이나 사업뿐 아니라 어떤 일이건 계획부터 진행까지 두루두루 관장하는 것이 ‘경영’이다. 여기에 올바른 경영, 즉 기업이건 사업이건 또 다른 일이건 계속 이어지며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앞서 거론했듯 ‘경영’은 ‘경제적 가치’를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경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를 제1의 의미로 하고,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이는 일.”을 제2의 의미로 한다.

여기서 ‘경영’과 ‘경제’를 연결시켜 보면 ‘경영’은 ‘경제’의 제1 의미에 해당하는 내용을 대상으로 하되 제2 의미를 그 원칙으로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2 의미를 ‘무조건 적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효율’로도 이해할 수 있는 그것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낭비가 없는 가장 알맞은 정도’를 뜻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은 ‘경제’의 제1 의미에 해당할까? 즉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에 포함 가능할까? 그것은 이미 ‘예술의 사회 통합적 기능’을 통해서, 또한 ‘생활 속의 예술’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올바른 경영’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 틀림없다면 ‘문화예술경영’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이루며 동시에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에 있어 ‘문화예술’ 관련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에 관여해야겠지만, 특히 예술계와 국가사회 양방에 공히 이로울 것이 너무도 분명한 예가 바로 앞에서 본 ‘생활 속의 예술’일 것이다.

‘생활 속의 예술’을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예술을 배울 수 있고 또 배운 것을 쉽게 펼칠 수 있고 또 같은 일반인들이나 또는 전문가들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모든 체제를 갖춰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경영’의 의미가 적용된다. 그런 체제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서 그것을 빠짐없이 갖춰 나가는 일이나 그 체제를 원활하게 가동하는 것 모두 ‘경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많은 요소들이 이미 존재한다. ‘올바른 경영’은 바로 그 요소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조합하여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그를 위해 예술계의 지형 조사를 하고 그것을 정보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래서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어놓고 언제든 그것을 원하는 곳에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요자 조사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둘이 연결되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가공도 필요하다. 즉 대상에 맞는 프로그램을 수집하거나 새로 짜거나 그럴 수 있는 인력을 찾아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경영’은 여기 덧붙여 구슬을 꿰다 없거나 약한 부분은 채우고 보강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의 책무까지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