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술강사 해촉 논란(4) 초단시간 근로자 예술강사의 권리 보호 제도 마련 시급

 

글_조혜경(연극배우, 예술강사)

 

연극과 놀이 강사로 종사한 기간이 10년이 훌쩍 넘었다. 올해 5월 내 생애 예술강사 활동 최초로, 기존보다 상향조정 된 시간당 강사비(6만원~8만원)와 교통비를 지급해 주는 농어촌예술교육사업 운영기관 K기관 소속강사로 강의하게 되었다. 1월에, 시범사업을 진행한 K기관에 강사로 지원하고 이력서와 강의 계획안 등을 제출했다.

강사 모집 선발 면접, 강의 매칭, 계약, 교육 등 선행될 일들이 늦어지며, 3월에 시작하기로 한 강의는 5월 초나 돼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면접 시 작성한 서류, 이메일과 우편으로 보낸 계약서 등은 폐기되고 K기관 홈페이지에서 전자서명 등을 통해 다시 서류를 업로드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해야 했다.

통상 예술강사 근무 계약기간은, 문화예술강의는 체험프로그램으로, 교과과정연계 강의는 단기프로그램 진행으로 월 4회 정도 내외 초단기 계약을 한다. 방과 후 강의나 동아리 수업 등 지속형 수업은 보통 주 1회 정도로 1년 단위로 계약서가 작성되곤 했다.

하지만 K기관 표준근로계약은 지속형수업 강의 계약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3개월과 5개월로 짧은 계약을 2회 하게 돼 있었다. 더욱 짧은 계약기간이므로 예술강사들을 관리, 운영하는 기관(사업주) 입장에선 강사 해촉(강사 배제)이 더욱 쉬웠을 것이다.

 

 

 

강사에게는 매우 불리한 근로조건 계약이다. 계약서상 명시되어 있는, 강사 평가는 계약하는 학교나 기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다시 계약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별 강사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3항’에 명시된 차별적 처우에 따라 처우의 금지 및 시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시간 근로자이기에 주휴수당, 퇴직금, 휴일가산수당, 연차유급휴가,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4대보험 가입과 실업급여는 근로시간에 따라 일부 가능하다. 근로자의 지위에 적합한 최소한의 조치와 보호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초단시간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 2021년 5.18)’에 따른 처우개선 시정 요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간제법 제3장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근로 제한과 초과근로시 지급되어야 하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2014.3.18. 신설)에 관한 요구나 제4장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에 관한 신청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 프로그램 발표회 사진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5월에 시작한 상반기 교육 첫 강의 날 ㄱ초등학교와 ㅂ초등학교 두 학교에서 하반기 발표회를 대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주기를 요청했다.

체험형 계획을 단기 프로그램으로 수정하고 발표회 공연에 올릴 대본 만들기를 포함한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 반응이 좋았고 하반기 발표회에 필요한 사안들은 담당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진행하기로 하는 등 이야기가 잘 마무리됐다.

 

2학기인 하반기 강사 매칭도 늦어졌다. 학교 방학이 끝나가는 8월 17일 하반기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직전, 강사 매칭시스템 접속 전 K기관에서 온 문자를 보니 기존 출강 학교 중 ㅂ초등학교만 빠져 있었다. 기관 담당자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하반기 발표회 준비를 어느 정도 마무리해 놓은 두 학교 중 ㅂ초등학교가 강사와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ㅂ초등학교로 출강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 해고 통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반기 발표회 준비에 맞춰 진행한 강의이니 2학기 강의도 같은 강사가 진행해야 지속성이 있는 게 아닌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고 강사 교체 요구 이유와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전해 듣고 싶다고 했다. 담당자는 결정권이 없기에 결정권이 있는 분들과 논의해 보고 이유를 말해줄지 말지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기다리라며 ㅂ초등학교 담당 선생님에겐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여서 말이다.

강사 교체가 결정되어 이미 다른 강사로 배치가 된 마당에 이유조차 설명해 주지 않기로 했다는 기관 담당자 답변에 ㅂ초등학교 담당 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강의 진행 과정에서 어떤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학교의 요구대로 진행한다고 노력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담당 선생님은 프로그램 변경이나 강사 교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반기 발표회가 있으니, 강사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논의해야겠다는 의견만 냈을 뿐이라며 당황해하셨다.

결국 서너 차례 통화를 더 하고 전달받은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학교 측에서 담당 선생님이 엑셀 파일 정리를 잘 못해서 실수로 강사교체란에 체크를 했다는 것이다. 몇 번을 확인했다며 담당교사의 실수란다.

혼란스러웠다. 학교와 기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담당 선생님의 실수인 걸 이제야 알았다고 말하는 운영기관의 답변은 처음 통화한 내용과도 모순된 이야기 아닌가? 기초적인 확인도 안 하고, 강사에겐 어떤 설명도 절차도 없이 기존의 강사를 배제하고 학교와 프로그램진행에 관한 논의를 하고 강사를 새롭게 매칭을 했다는 결론이다. 이제 와 담당 선생님의 실수라 하니 그저 황당하고, 강의 배제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후 기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았고, 학교 선생님들도 와주었으면 한다고 다시 강의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미 다시 학교 수업을 나가기엔 부담스러워진 상황이 돼버렸다. 학교나 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렸고, 강사 평가를 하는 학교와 기관에서 강사에게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우려스럽고 그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할까 두려운 게 사실이었다.

며칠 지나서인 8월 22일, 해당권역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ㅂ초등학교에 다시 수업을 나갈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그 학교 담당 교사 실수가 분명하고, 교육청에서 학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강사에게 요청할 사항과 강사 교체도 요구할 수 있는 난을 체크 한 번만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수업에 다시 와주길 바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으니 학생들을 생각해서 다시 수업을 진행해 달라고 했다.

이미 충분히 불편했던 의견을 이야기한 상황에서 다시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 건 배치된 새로운 강사에게도 큰 피해가 되는 것이고, 시간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 곤란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앞으로도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강사들의 입장에선 근로조건, 처우개선 차원에서라도 강사 파견 업체나 운영기관에 노동 인권 교육을 통한 노동 인권 감수성 향상 및 민원, 갈등, 분쟁 발생 시 최소한 절차로 사실확인 조정이 가능한 절차를 만들어 주길 전했다. 또 해당 업체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교육청이 되어주기를 부탁했다.

최소한의 권리 보호에 더 세심한 체계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함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와 교육청 기관의 예방 노력이 아쉬운 경험이었다. 전문적 예술교육을 표방하는 교육청과 해당 운영기관이 예술 행정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었다.

 

2000년 이후 국악강사풀제를 시작으로 8개 분야 강사풀제를 진행해 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는 인권침해 구제 절차가 안내되어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 침해 및 관련 분쟁 발생 시, 피해자의 진정 접수, 조사를 통한 분쟁 해결 및 권리 원상회복이 목적이다.

 

 

진흥원뿐 아니라 예술강사를 파견하고 운영하는 기관들은 민원이 발생하면 기본 매뉴얼과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고, 그에 따른 운영에 필요한 담당자들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 예술강사 파견 운영업체인 S교육 연구소는, 민원과 갈등 상황이 발생해서 인지하게 되면 당사자인 학교와 강사와의 전화 통화,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사실확인 및 사안에 따른 절차에 들어가 적절한 기관에 의뢰하고 협조를 받아 해결한다.

 

백년지대계라 말하는 교육 현장에서 예술교육을 감당하는 예술강사들은 기간제에도 속하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불안정한 대우와 불안정한 수입으로 책임을 다하며 버텨 내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예술강사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표준근로계약서라도 다시 마련되길 바란다. 일방적으로 예술강사에게만 요구하는 손해배상 조항, 강사 평가 기준도 없는 모호한 평가를 갑의 위치인 운영기관이 할 수 있다는 조항의 보완이 필요하다. 초단기 근로자인 강사가 계약자의 부당한 요구에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거의 실행될 가능성이 0%에 가깝다. 이는 초단기 근로계약으로 해촉이 쉽기 때문에 불안정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강사들이 계약 해지를 요청하기란 매우 어렵다. 예술강사뿐 아니라 방과 후 강사, 단기근로자들의 처우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강사들이 차별적 처우를 받거나 부당한 사안이 발생하면 구제 절차 마련과 안내, 민원, 갈등, 분쟁 시 해결을 위한 절차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예술행정전문기관이라면 이러한 요건을 갖춰 강사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사도 기관도 문화예술교육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제도가 마련되길 절실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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