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thoughts on “백승무의 어절시구리

  1. 백승무편집장은 연극계에서 최고의 교육만을 받은 분이라 한국연극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해서 한마디 합니다. 서울대는 조국같은 교수가 있다고 해서 입학을거부하는 학생도 학부형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교수가 후져도. 가르치는 게 허접해도 좋은 자질의 학생이 모이고 학부형들은 엄청난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백형은 한국에서 교육의 중요성과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교육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말입니다. 우리 연극대학은 서울대학과는 다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또 한국연극계는 러시아처럼 스타니 할아버지도. 박탄코프와 같은 연극지도자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생태계는 진즉에 갖출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러시아처럼 세계 최고의 연기, 연출시스템도 없을 수 밖에요.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처럼 노벨상을 탄 작가가 있는 실정도 아닙니다. 그러니 한국연극은 제대로 연기를 하는 배우도, 연출은 물론이고, 태반이 작품 해석도 부족한 게 현실이니, 좋은 극작가을 양산할 형편 아닙니다.
    난 불행히도 아직껏 연극계에서 뛰어난 창의력과 해석적 창조성을 가진 연출가를 보고 감탄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배우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대다수의 배우가 명동극장 무대에 서면 무대발성이 안돼 대사전달도 버거워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연극이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으며, 사회에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언론에 ‘연극담당’기자라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새로 취임해도 TV뉴스에 자막처리해서 소식을 전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비대면 시대에는 “뭐, 광보가 감독이 됐다고” 하면 놀라는 연극인이 많습니다.
    교회나 사찰은 능력있는 성직자가 부임하면 신도가 모이는 흥행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 립극단은 이성렬이나 김광보가 아무리 썰을 잘 풀어도 관객이 오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왜? 연극이 죽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새로 부임한 김광보감독은 서울시 극단에서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던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전속단원도 있고 도심 한복판에서 접근성도 좋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서계동 빨간 벽돌에서, 학생 단체동원하는 명동극장에서 연극의 부활을 꿈꿀 수 있을까? 지금 국립의 감독은 50대 중에서 마지못해 3년씩 돌려가면서 맡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형편에서 백형은 광보감독에게 거의 협박조의 글로 대응하고 있어 어안이 버벙 했습니다. 지금 백형이 몸담고 있는 평론계만 해도 한때는 중요 언론의 문화면 에 고정평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전설이 되었지만요. 요사이는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국립극단과 민족주의’ 세미나에 나와서 몇분 떠들고 출연료 받는 걸 보고 기가막혀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평론의 몰락을 실감하고 삽니다. 연극판이 기울면 비판이나 비평이라도 살아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평론계를 보면 가여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문예위 심사 다니려고 평론하나 싶습니다. 그래도 평론은 운 좋으면 대학에 전임이라도 하죠.
    지금 우리 모두는 국립극단, 김광보만 쳐다보며 ‘부끄러움’이라고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백형은 국립극단과 국립서울대학, 국립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러시아와 비교만 할 게 아니라, 현재의 한국연극판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이자 치욕이라는 생각을 해보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1. 선생님의 귀한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들이 깊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이 더딘 것은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른데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나아져야 한다는 선한 마음 덕분일 겁니다.
      때로는 모든 걸 뒤엎고 새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죠.
      이렇게 더딘 한 걸음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이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좋았던 옛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모든 걸 해결할 영웅은 절대 출현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의 선한 마음이 모이면 한 걸음쯤은 가능할 겁니다.
      그 소중한 한 걸음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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