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 동서울대 <오장군의 발톱>

글_윤태균(목원대학교)

 

순수함을 이용하는 세상 속 인간, 순수함을 지키고 간직하는 세상 속 인간.

이렇게 두 가지의 세상이 이 극에 있다면 그것은 전쟁과 오장군의 세상이다.

이 극에서의 두 세상은 가슴이 저릴 정도로 대비된다. 세상의 추악함이 너무 빛나 순수함이 어두워진다. 순수한 세상의 작은 불빛은 너무나 작고 소중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준다. 추악한 세상의 지나치게 눈부신 빛은 너무나 뜨겁고 눈부셔 똑바로 볼 수도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 추악한 세상의 빛은 너무 뜨겁고 빛나 내 심신을 불태우는 듯하다.

 

 

순수함의 한없이 억울하고 비통한 상황과 추악함의 한없이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태도가 더욱더 대비가 되어 이 극의 비극적 상황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이 극은 질문한다.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 이렇게 추악한 세상에서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을 보고 이렇게 글을 쓰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죽이고 죽어간다.

감사? 감사보다는 추악한 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추악한 세상이 순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세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우리는 같은 땅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난 이 극을 보면서 내 삶의 감사보다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추악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든 추악해질 수 있고 순수한 사람 모르게 추악한 세상에 감사 따위 필요 없다. 추악한 세상에 살고 하루하루를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할 시간 따위는 없다. 단지 내가 이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하루하루 주어지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동아줄을 잡고 살아가는 세상이 비통하고 원망스러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데 난 단지 감사만 하며 살아야 할까? 아니다. 이 극으로 우린 더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의식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때로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성찰을 통한 불만과 비판의식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때도 있다.

모두 같은 지구에 살면서 하나의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감각하며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마냥 하나의 세상에서 다른 태도로 살아간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 극에게 받은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세상에서 뭘 하면서 뭘 보고 듣고 살고 있는가?

 

 

추악함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

순수함 속에서 고통 주며 살아가는 추악한 사람들이 있다.

추악함 속에서 눈, 코, 입을 열고 울부짖는 순수한 사람이 있다.

순수함 속에서 눈, 코, 입을 가리고 사는 추악한 사람들이 있다.

추악함 속에서 눈, 코, 입이 가려져 듣지도 보지도 못하며 숨 막혀 하는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

 

추악한 사람들은 왜 순수한 세상에 살고, 순수한 사람들은 왜 추악한 세상에 살까?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하고 질문하는 듯하다.

 


  • 본 원고는 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의 우수 리뷰 선정작(2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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