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 동아방송대 <한씨 연대기>

글_최보연(인하대학교)

 

탁 탁 탁, 쓰윽. 극이 시작하면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오른다. 챕터가 쓰여진 종이를 든 남자가 챕터 1을 펼치는 순간, 극이 시작된다. 연극 <한씨연대기>는 6.25 전쟁 속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한 지식인의 시련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 결합돼있으며 악단이 극의 흐름을 진행시키는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연극은 악단들의 발랄한 등장으로 시작된다. 악단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재치있는 대사와 행동을 통해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 에서부터 분단이 되기까지의 긴 역사를 관객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특히, 극 중반 이승만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며 분단 이후 혼란한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다가와 함께 토론을 진행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나도 마치 그 당시 국회위원 중 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며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악단들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위에서 인물들을 관찰하고, 반응하며 관객이 극에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대는 블랙박스 무대에 몇 개의 단과 큐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단조로워 보이는 무대이지만, 연출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관객이 무대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명을 대각선과 위아래 다양한 각도로 활용하고, 큐브들을 이용하여 징검다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장소를 표현하고, 인물들을 S자 형태로 이동시켜 무대를 더 깊이감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씨 연대기>라는 작품 자체가 분단소설의 성격을 띄고 있어 인물들의 모습보다는 역사적 사실이 많이 강조되는 극이다. 따라서 자칫 지루해지거나 관객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단순한 동작들로 표현하거나 비유를 통해 표현하며 관객이 흐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조명을 빨갛게 사용하거나, 사이렌 소리를 계속해서 등장시키거나, 우익과 좌익 등을 표현할 때 움직임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등)

 

 

극 중 엔딩에서, 감옥에서 나왔지만 고문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술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 한영덕이 장의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딸 한혜자의 독백을 통해 드러나는데, 악단도 서학준도 그 누구도 아닌 딸의 독백을 통해 드러나는 한영덕의 비참한 생애는 관객에게 씁쓸함과 슬픔을 안겨준다.

연극을 다 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자꾸 한영덕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씁쓸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한 그의 얼굴을 생각하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동시에 이런 극이 더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한씨 연대기> 를 통해, 꼭 이 극이 아니더라도 분단소설과 관련된 연극들을 통해 그 당시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시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전쟁은 정말 옳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 본 원고는 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의 우수 리뷰 선정작(1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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