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 전액 복원해야 한다

글_채승훈(연극연출가)

 

2024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이 2023년도 약 605억 원에서 약 54% 삭감된 287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한다. 24년째 이어온 이 사업은 그동안 약 10%씩 예산이 꾸준히 증가해 오다가, 2024년도에는 287억 원으로 2010년 이명박 정부(295억) 수준으로 대폭 삭감된 것이다.

문체부 전체 예산은 지난해와 거의 그대로인데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절반이나 삭감되었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해도 10% 이내로 삭감하는 것이 보통인데 50% 이상 삭감되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동안 사업 자체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예술강사 사업은 수혜자들에게 매우 높은 만족도를 주어왔다. 절반이나 뚝 삭감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분야의 어떤 전문가는, ‘예술 강사 제도는 국가에서 생각하기를 예술가들한테 주는 일종의 시혜로 여기고 있었는데, 예술인들은 고마워하지도 않고, 도리어 자꾸만 원칙을 들이대며 이것저것 따지고 하니까 귀찮은 존재가 된 것이고, 또 예산을 그동안 문체부, 교육청, 지자체 등에서 공동분담해왔는데 앞으로는 국비 지원을 줄이고 교육청이나 지자체에 그 부담을 떠넘기려고 그런 게 아닐까‘ 라고 추측한다.

 

2000년부터 도입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예술교육을 통해서 청소년의 문화 향유권 증진 및 소양계발 등의 목표로 출발하였다. 국악,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분야 등의 예술인들이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기간제로 계약을 맺고 학교 교과 시간 내에서 수업하는 방식이다.

 

예술강사사업지원예산 삭감에 대한 강사분들의 국회 앞 시위현장 사진제공: 필자

 

예술 강사들의 역할이 가져오는 효과나 성과는 반복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 것이다. 달동네 지한 단칸방에 사는 독거노인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책 한 권을 읽어주는 역할만 하더라도 그의 생활은 따뜻해진다. 현금이나시설 등의 현물복지로는 완성할 수 없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예술이 나서서 메꿔 주는 것이다.

 

예술 강사들의 역할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문화 민도는높아진다. 또, 예술교육은 다양한 효과를 가져온다. 소외된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무하는 예술복지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예술의 조기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화 관련 종사자가 되고, 창의적인 미래 문화산업을 창조하게 된다.

 

국민 향유권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예술강사 제도는 강사로 참가하는 예술인들이나 예술전공자들에게도 적잖이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보람과 자부심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도움도 주게 되는 것이다. 알다시피 예술인들은 예술을 통한 경제적인 수입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시간당 약 5만 원 정도의 강사료를 받는 예술강사 제도는 그런 면에서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만일 예산 삭감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예술 강사들의 수입은 거의 절반이 줄고 수업조차 하지 못하는 강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쌍방이 모두 윈윈하는 제도로서 그동안 수혜자인 청소년들, 학교 관계자, 예술인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온 예술교육 분야의 최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예술강사 사업이 보여준 좋은 효과에 기대어 초, 중, 고 등의 학교뿐만이 아니라 보육원, 장애인 복지관, 노인복지관 등 여러 복지기관, 군부대에 까지도 사업이 확대되는 등, 한마디로 국민의 문화예술복지를 수준 높게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출발한 지 20여 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좀 더 획기적으로 도약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그 수혜자나 참여자의 폭도 늘리고 강의의 질도 높이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이 증액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런데 도리어 그런 예술인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예술강사사업지원예산 삭감에 대한 강사분들의 국회 앞 시위현장 사진제공: 필자

 

헌법을 보자.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31조에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34조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또한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국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지원 예산을 절반이나 삭감했다. 헌법정신을 완전히 역행한 것이다.

 

어떤 국가사업이든 간에 그 시행과정 중에 어려움이 없는 사업은 없다. 기존 강사들과 예비 강사들, 예술인 출신 강사와 전공자 강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호 간에 여러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강사료 문제, 강사 선정의 공정성 문제 등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면 된다. 그런 갈등을 극복할 때마다 제도는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더기가 귀찮다고 장독을 깰 일인가? 누구의 추측대로 정말로 예술 강사들이 귀찮고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런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예술협회들이나 예술전공 교수들이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예산 삭감 사태에 대해서 각종 예술단체, 혹은 예술과 교수협의체가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예술협회의 정체성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예술 강사 사업비가 절반이나 삭감되고 강사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수업 수가 대폭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궁금하다. 강사들은 대부분이 예술가들이고 협회 회원들이다.

 

예술강사 제도는 예술생태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업에 참여한 국민은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 된다. 예술단체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관객층의 저변 확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예술강사 제도는 단순히 강사와 참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예술계의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예술 강사 사업이 앞으로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언젠가는 예술계가 자급자족할 수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강사사업지원예산 삭감에 대한 강사분들의 국회 앞 시위현장 사진제공: 필자

 

하지만 예술협회들은 이런 일에 소극적이다. 추측하건대, 협회들이 벌여놓은 사업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만일 이런 일에 토를 달거나 대처하는 행동으로 나서게 되면 혹시나 나중에 다른 사업들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아닐까?

협회의 사업들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 닫고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거나 귀찮으면, 다른 사업들도 지원금을 삭감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한마디로 예술인들을 변변치 않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함께 나서서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면 아마도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쉽게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계를 유린한 수년 전의 사건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문제도 예술계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측면에서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정부 측의 예산 삭감은 완전히 일방통행식의 행정이다. 협회는 어려움을 겪는 강사들과 함께 나서주기를 바란다.

 

예술과 교수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자들이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할 때는 마치 미래에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질 것처럼 꿈을 가지지만 졸업하면 정말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정규직 취업은 1%도 안 되고, 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도 너무 어렵다. 그들에게 그나마 숨통의 역할을 해준 게 바로 예술강사 제도이다. 교수들도 제자들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술강사 제도를 직접경험한 학부형과 청소년들은 거의 100%에 가까운 만족도를 표현한다. 부수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이 제도는 앞으로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며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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